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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혁명의 시대』

by 언덕에서 2010. 1. 26.

 

 

시민혁명과 산업혁명 혁명의 시대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CH, 1917~2012)이 1789년부터 1848년 사이의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이라는 '이중혁명'을 전체사의 관점에서 서술한것이 이 책이다. 그는 이중혁명의 전개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체계화했다. 그는 역사학자로 20세기를 대표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이면서도 경직된 이념에서 탈피하여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견지하여 자유자의자들이 가장 많이 읽는 마르크주의 저술가로 꼽히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우리가 사는 시대가 어떻게 형성되어 발전해 왔을까를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추적했다. ‘우리 시대의 토대를 놓은’ 출발점에서 현대까지 2세기에 걸친 역사적 변화를 훑되, 핵심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시공에 따라 달라지는 세계의 모습을 다양성 속에서 살피는 작업을 자기 나름대로 해냈다. 4부작(혁명·자본·제국·극단의 시대)은 그 같은 탐색의 결실이다. 완성된 그림은 단선의 역사가 아니라 횡단면의 역사를 보여 준다. 유럽사에 대한 고찰이 주축을 이루되, 다른 지역도 유럽사와 관련을 가지는 한, 저자의 넓은 역사관 안으로 들어온다.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 ,CH,  1917~2012)

 

 저자는 18세기 말에 일어난 프랑스 혁명(정치혁명)과 영국의 산업혁명을 이중혁명이라 칭하면서, 이를 통해 형성된 사회 체제가 그 후 근대 서양 사회의 기본 모델을 제공하였다고 파악한다. 이중혁명 이후 서양의 여러 사회가 반드시 혁명의 길을 거친 것은 아니었으되, 적어도 이 사회들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립한 새 체제는 이중혁명으로 수립된 것과 유사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한 모델을 따른 체제만이 근대 세계에서 생존력을 가지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판단하고 있다. 그것은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는 체제를 의미한다. 홉스봄이 보기에 ‘혁명의 시대’에 역사의 총아로 등장하기 시작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는 ‘자본의 시대’에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지배권을 장악하였다. 당시 세계의 주인은 부르주아였다. 그러나 득의양양한 부르주아의 낙관적 세계는 ‘제국의 시대’에 들어와 파국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긴 19세기’의 주인공이었던 ‘패권적 부르주아’와 부르주아 자유주의의 ‘이상한 죽음’을 의미하는 세계사적 재앙이 아니가. 그것은 진보가 내포한 자체 모순의 결과이기도 했다.

 

 

 20세기(‘짧은 20세기’)는 ‘극단의 시대’로 요약된다. 저자에게도 20세기의 성격은 하나의 세력을 주인공으로 해서 규정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엄청난 기술 발전과 대량 살육 및 환경 파괴, 대중의 정치적 등장과 국가 폭력,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극단적 부와 빈곤이 공존했던 시기다. 인류가 이 시기를 살아 넘길 수 있게 해 주었던 원동력이 더 이상 부르주아적 세계관이나 단선적 진보에 대한 순진한 믿음이 아니다. 20세기에 이르면 스케일 큰 홉스봄도 숨 가쁜 고찰 끝에 눈을 잠시 내리깔고 호흡을 고를 뿐, 하나의 굵은 줄기로 세계사를 묶으려는 시도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영국 출신의 저자는 마르크스주의적 국제주의자이되, (서)유럽중심주의적 기준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평가한다. 적어도 19세기에는 유럽인만이 세계의 주체가 될 수 있었다고 믿는 듯하다. 서유럽적 기원의 문물 사상이라도 받아들여 자신의 것으로 삼아 근대 세계의 일원으로 참여하고자 했던 사람의 노력과 그들의 삶의 궤적을 가벼이 취급하는 그의 서술에서는 서구 유럽인 특유의 오만함이 내재되어 있다. 그러나 유럽중심주의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은 2010년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이기에 가볍게 치부하고 읽으면 별문제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