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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by 언덕에서 2010. 1. 20.

 

 

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이 책은 다윈의 ‘적자생존과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유전자 단위로 끌어내려 진화를 설명한다. 동물학자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진화의 역사에서 유전자가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 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기적 유전자』(초판 1976년)다. 도킨스는 자신의 동물행동학 연구를 유전자가 진화의 역사에서 차지하는 중심적 역할에 대한 좀더 넓은 이론적 맥락과 연결시키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그는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라고 선언했다. 인간이 “유전자에 미리 프로그램된 대로 먹고 살고 사랑하면서 자신의 유전자를 후대에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생물학계를 비롯해 과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곧 세기의 문제작이자 화제 저서로 떠오르게 되었다. 

 

 

 

 

 

 도킨스는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쉬는 우리는 사실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통해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DNA를 ‘불멸의 나선’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라 부른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세대간, 그리고 암수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본다. 신하들을 풀어 불로초를 찾게 했던 진시황제도 결국 한 줌 흙으로 돌아갔다. 그의 몸을 구성하고 있던 100조 개의 세포 속에 들어 있던 DNA도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나 그의 정자 속에 담겨 그의 자식의 몸으로 전달된 DNA의 일부는 아마 지금도 누군가의 몸속에 살아 숨쉬고 있을 것이다.

 

 

 

 

 

● 인간은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
 다윈이 진화론을 주장한 이후로 인류는 다위니즘 또는 자연선택설과 같은 일종의 패러다임들을 접해 왔다. 실제로 다윈의 이 패러다임은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그 영향력은 계속 될 것이다. 저자는 철저한 다윈주의 진화론과 자연선택을 기본 개념으로 독특한 발상과 놀라운 주장을 전개하고 있다. 즉 기존의 진화 단위인 개체를 불멸의 존재인 유전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유전자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40억 년 전 스스로 복제본 사본을 만드는 분자가 처음으로 원시 대양에 나타났다. 이 고대 복제자의 운명은 어떠했는가? 그 복제자는 절멸하지 않고 생존기술의 명수가 됐다. 그러나 그 복제자는 오래 전에 자유로이 뽐내고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이제 복제자들은 거대한 군체 속에 떼지어서 로봇 안에 안전하게 들어 있다. 그것들은 원격 조정으로 외계를 교묘하게 다룬다. 그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창조했으며, 그것을 보존하는 것만이 우리가 존재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다. 그것들은 유전자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며, 우리는 그것들의 생존 기계이다.”
 저자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는 DNA 또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기계에 불과하며, 그 기계의 목적은 자신을 창조한 주인인 유전자를 보존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자기와 비슷한 유전자를 조금이라도 많이 지닌 생명체를 도와 유전자를 후세에 남기려는 행동은 바로 이기적 유전자에서 비롯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가 다른 생명체를 돕는 이타적 행동도 자신과 공통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행동일 뿐이다.
 이런 이유에서 유전자의 세계는 비정한 경쟁, 끊임없는 이기적 이용, 그리고 속임수로 가득 차 있다. 이것은 경쟁자 사이의 공격에서뿐만 아니라 세대, 그리고 암수간의 미묘한 싸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유전자는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려는 목적 때문에 원래 이기적일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이기적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생물의 몸을 빌려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고 본다.

● 문화유전론-밈(Meme)
 저자의 주장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유전의 영역을 생명의 본질적인 면에서 인간 문화로까지 확장한 이른바 밈(Meme)이론, 즉, 문화 유전론이다. 이 이론의 핵심적 개념인 밈은 저자가 만든 새로운 용어로서 모방을 의미한다. 유전적 진화의 단위가 유전자라면, 문화적 진화의 단위는 밈이 되는 것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생명체에서 다른 생명체로 복제되지만, 밈은 모방을 통해 한 사람의 뇌에서 다른 사람의 뇌로 복제된다. 결과적으로 밈은 유전적인 전달이 아니라 모방이라는 매개물로 전해지는 문화 요소이다. 생명체가 유전자의 자기복제를 통해 자신의 형질을 후세에 전달하는 것처럼 밈도 자기복제를 하여 널리 전파하고 진화한다. 그리하여 밈은 좁게는 한 사회의 유행이나 문화 전승을 가능하게 하고, 넓게는 인류의 다양하면서도 매우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생명은 영속성을 지닌다. 태초에는 보잘것없는 한낱 화학물질에 지나지 않았던 DNA는 단세포생물을 거쳐 오늘날에는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의 몸속에 살아남아 끊임없이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생명의 역사는 한마디로 DNA의 일대기 내지는 성공담에 지나지 않는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 속담을 이기적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다시 보면 ‘호랑이도 죽어서 유전자를 남기고 사람도 죽어서 유전자를 남긴다’라고 할 수 있다. 유전자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생명은 사뭇 허무해 보인다.  하지만 그 약간의 허무함을 극복하면 무한한 겸허함을 느낄 수 있다.

 내가 내 생명의 주인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면 내 생명은 물론 이 세상에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에 머리가 숙여질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의 존재이유에 관한 내용이다. 이것저것 다 합해서 500페이지도 않되는 책 한 권이 인간 존재에 대한 의문에 대하여 이렇게 완벽한 답을 하게될것 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언하지 못했다.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 이전의 치열해 보였던 수많은 철학적 논쟁이나 인성에 대한 구구절절한 해석은 마치 밤하늘의 별자리에 이름 붙이기처럼 허망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