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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황대권 수필집 『야생초 편지』

by 언덕에서 2009. 12. 14.

 

 

황대권 수필집 야생초 편지

 

 

이 책은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985년부터 13년 2개월 동안 양심수 생활을 한 황대권의 옥중 서간 중 야생초에 관련된 것만을 골라 펴낸 것이다. 놀랍게도 이미 20년 전부터 생태학에 기반을 둔 공동체 운동에 관심을 두어왔던 저자는 아주 사소한 풀 한 포기를 제대로 바라보는 일을 통해 온전한 자기 혁명과 전혀 다르게 세상 보는 법을 일깨워 주고 있다. 서울농대를 졸업하고 뉴욕 소재 사회과학대학원(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에서 제3세계 정치학을 공부하던 1985년 어느 날, 황대권은 학원 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001년 6월 8일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통해 국가기관에 의한 조작극이었다고 그 사건의 진상이 세상에 널리 밝혀졌지만, 그때는 이미 그가 서른이던 1985년부터 1998년 마흔 네 살이 될 때까지, 황금 같은 청춘의 13년 2개월을 징역에서 보낸 후였다.


 그는 활발한 저술과 강연의 와중에 청년시절부터의 오랜 숙원이었던 생태공동체의 실현에 온 열정을 쏟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생태공동체 연구모임(www.commune.or.kr)을 이끌고 있으며 저서 《백척간두에 서서: 공동체 시대를 위한 명상》(사회평론, 1993)과 세계 공동체 탐방기인 공저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 2002), 역서 《가비오따스》(말, 2002)와 논문 《대체 농업의 상호비교에 대한 연구:자연농업을 중심으로》가 있다.


 국내보다는 이미 국외에서 더 많이 알려져 버린 그는 2001년 앰네스티(국제사면 위원회) 40주년 기념 달력 1월의 인물 모델로 선정돼 살아 있는 양심으로 국제 사회에 한국인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대안사회 운동의 핵심 관심사인 생태공동체 운동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는 저자는 최근 펴낸 『세계 어디에도 내 집이 있다』(한겨레, 2002.8)의 필자이며 [생태 공동체 연구 모임 www.commune.or.kr]의 리더이기도 하다.

 

 


 이 책은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자본과 정보의 홍수 시대에 풀꽃처럼 살아남은 양심의 현주소를 생생히 목격할 수 있는 희귀한 서간 자료이다. 또한 아직 이 땅에서 한번도 본적이 없는, 풀 공부와 먹거리와 볼거리와 영성 그리고 대안적 삶의 방식이 편지 속에 어우러진 가장 미시적이면서 거시적인 자연 이야기이다. 책에 수록된 모든 그림 역시 미대를 지망했던 저자의 솜씨로, 감옥에서 그린 그대로이다. 그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글과 그림들이 감옥 속에서 쓰여졌다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나 이 책의 진정한 가치는 그게 아닐 것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좌절하지 말라는 것, 어떤 불행한 일이 생기더라도 희망은 우리 앞에 있다는 것, 그리고 절망을 넘어선 자신이 바로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