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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생텍쥐페리 중편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by 언덕에서 2009. 10. 13.

 

 

생텍쥐페리 중편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ery.1900∼1944)의 동화작품으로 1943년 발표되었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인 나는 이상한 소년을 만나 양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소년은 애인인 장미꽃을 제가 사는 별에 남겨 두고 여행길에 오른 왕자로서 몇몇 별을 순례한 후에 지구에 온 것이다. 외로운 왕자에게 한 마리의 여우가 나타나서,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 또한 다른 존재를 길들여 인연을 맺어 두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친다. 왕자는 이 세계 속에서 자기가 책임을 져야만 하는 장미꽃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깊은 뜻이 있음을 깨닫는다. 이 지구에 사는 사람에게도 실망한 왕자는 내 앞에서 사라지고 만다. 시적이며 고귀한 분위기 속에 지혜를 짜낸 휴머니스틱한 작품이다.

 이 글의 핵심은 다음과 같은 여우의 말을 통해 드러난다.

 "당신한테 나는 십만이나 되는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의 여우에 불과해. 하지만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당신은 내게 있어서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나는 당신에게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야.”

 사랑이란, 여우의 말처럼 일방적으로 주거나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것이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변화시키는 것이리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결국 ‘가장 본질적인 발견은 눈으로가 아니고,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라는 데 귀결된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ery.1900∼1944)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린 왕자는 아주 작은 별(B612호)에 혼자 산다. 그 곳에는 활화산(活火山) 두 개와 사화산(死火山) 한 개가 있고, 예쁜 장미가 하나 있다. 어딘가에서 날아온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운 것이다. 왕자는 그 꽃을 무척 좋아해서 그 꽃을 열심히 돌보아 주었으나 장미는 이런저런 요구를 하며 왕자를 애먹인다. 어린 왕자는 일주일에 한 번씩 화산을 청소해 주고, 매일 장미에게 물을 주면서 살았다. 어린 왕자가 특히 즐기는 것은, 해가 지는 장면을 보는 것이었기에 그는 의자를 뒤로 옮겨가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해 지는 모습을 감상하곤 했다.

 한편, 애정을 쏟는 장미는 오히려 어린 왕자에게, 자기와 같이 아름다운 존재는 자기 혼자뿐이라고 하며 투정을 곧잘 부리곤 했기에 왕자는 그 꽃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별을 떠나 먼길을 방랑하기 시작한다. 왕자는 지구에 오기 전에 여섯 개의 별에 들른다. 거기에는 임금님, 자만심이 가득한 사람, 술고래, 실업가, 가로등 켜는 사람, 지리학자와 같은 어른들이 각각 살고 있었다. 그들의 행동은 왕자가 보기엔 매우 우스꽝스러워서 다시 길을 떠나 마지막으로 지구에 내려오는데, 그 곳은 사하라 사막이었다. 그는 오랫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닌 끝에 장미꽃이 활짝 핀 어떤 집의 뜰에 이르러 별나라에서 그토록이나 사랑했던 꽃과 똑같은 꽃이 수없이 많은 것을 보고 슬퍼한다. 이 세상에 오직 하나밖에 없는 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꽃’이 흔한 장미꽃에 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거기에서 만난 여우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왕자에게  말을 건넨다.

 "당신한테는 나도 십만이나 되는 여우와 똑같은 한 마리의 여우에 불과해. 하지만,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당신은 내게 있어서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 되고, 나는 당신에게 있어 단 하나밖에 없는 여우가 되는 거야.”

 여우에게서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배운 왕자는 자기의 장미가 있는 별로 돌아가기를 결심한다.

 

 

 생텍쥐페리는 문필가이기에 앞서 행동인이었다. 그는 언제까지나 역서(歷書)와 교리문답의 진실성을 간직하고 비행가로서 활약하는 동안 자기의 체험을 통하여 얻은 정신적인 양식을 글에 담아서 우리에게 전해 주고 있다. 그는 비행기를 하나의 ‘연장’으로 생각한 것처럼, 문학도 문명의 한 ‘연장’으로 판정하였다. 문학을 통해 인간의 공적과 감격이 허무와 망각의 세계를 벗어나서 환하게 남의 눈에 띄는 하나의 인격적 존재를 누리게 한다.

 자기의 체험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희생의 고귀함을 깨달아 우리에게 그것을 전해 주고, 우리에게 제시한 진리를 자기의 목숨으로 증명해 주어 내용 없는 글에 대한 경고의 봉화를 올림으로써 현대문학에 한 기원을 그어놓은 행동문학가 생텍쥐페리는 위대한 행동, 비옥한 자연, 건설의 기쁨, 그리고 신념과 희망에 대한 창조의 힘을 끊임없이 보여준 작가다.

 

 

어린 왕자」는 그의 정신적 체험을 있는 그대로 요약하여 어른과 어린이를 위한 동화의 형식으로 된 작품으로 작가가 프랑스 패전 후 미국에 건너가 있는 동안 발표되어 20여개 국어로 변역 소개된 것으로 지금도 프랑스인들에게 가장 애독되는 동화로 손꼽히고 있다.

 이 동화가 많은 공명을 얻는 것은 작가가 자기 꿈의 근원을 이 동심의 세계에서 찾으려 하였고, 물질로 흐려지지 않는 어린이의 심안으로 세상을 내다보려 한 데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 동화 첫머리에 가장 지배적인 자기의 사상을 설명하고 있다. 즉, 가장 본질적인 발견은 눈으로가 아니고 마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고,  “어른들은 혼자서는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니 언제나 그분들에게 설명을 해 준다는 노릇은 어린이들에게 힘이 드는 일이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