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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국문학의 생성ㆍ발전을 시적(史的)으로 전개시킨 문학사 『한국문학사(韓國文學史)』

by 언덕에서 2009. 3. 26.

 

 

 

 

국문학의 생성ㆍ발전을 시적(史的)으로 전개시킨 문학사 한국문학사(韓國文學史)

 

 

 

 

조윤제(趙潤濟.1904∼1976)의 저서로 1949년에 간행된 <국문학사>를 1963년에 증수(增修), 개정하여 내놓은 책이다. 이 <국문학사>는 학위논문으로 제출하여 문학박사 학위가 수여되었던 저술이다.

 국문학의 생성ㆍ발전을 시적(史的)으로 전개시킨 문학사로서, 서론에서 밝혔듯이,

 “생활은 어디까지나 살아있는 것이고, 이 살아있는 생활을 표현한 문학도 살아있는 것이니, 문학사는 모름지기 그 삶의 연속체가 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하나하나 문학 사상(事象)은 편편(片片)이 떨어져 있는 한 개의 고립적 사상(事象)이 아니고, 기실은 한 생명체의 부분이며, 거기는 전체의 생명이 부분적으로 잠재하고 있어, 밖으로 아무 관련성이 안 보이는 듯한 모든 부분적인 문학적 사상(事象)도 그것을 세로 또 가로로 한데 편록(編錄)하면 완전한 생명체를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문학사는 실로 어떠한 상호간의 관계를 밝혀서 그 모든 문학적 사상(事象)이 한 생명체임을 잊지 말고, 그 생명을 살려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라고 하여 한국문학사를 문학의 전체적 유기성에 입각하여 밝혔다. 다시 말하면, 문학은 생활의 표현이다. 생활이 유기체적 전체성으로 존재하듯이 문학 역시 유기체적 전체성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문학의 연구는 그 유기체적 전체성을 찾는 방향에서 파악되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흔히 지적되는 바와 같이 세계관의 궁극적 근저가 삶이라 파악하고, 삶의 철학을 전개시킨 딜다이(Dilthey.W)의 태도와 통한다. 일관성 없는 자료의 나열이 아닌 점에서, 이러한 사관(史觀)의 흐름이 줄기차게 서 있다는 점은 이 문학사의 장점이다.

 그러나 딜다이의 경우와 같이 이 책은 실증주의에 대한 불만에서 문학의 유기체적 전체성을 주장하나, 딜다이가 비판하는 서구에서의 실증주의와는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오히려 일제 관학파(官學派)의 제국주의적 실증주의와 연관을 가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문학사>의 기저인 민족사관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것은 그 이론의 독창성에 있다. 따라서 문학의 전체적 유기성이 <한국문학사>에 반영된 특색을 가려보면,

 첫째, 문학사의 원리로서 문학의 역사적 연속성으로 한국문학이 파악되었다는 점이다. 문학사의 연속성은 문학사가 계속 동질성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아니다. 문학은 어느 시기에 위축될 수도 있다. 문학의 위축은 외래문화의 우세로 인해 민족이 주체성을 상실할 때 일어난다. 그러나 위축은 위축으로 끝나지 않고, 문학은 다시 잠동(潛動)하고 소생(蘇生)하게 된다는 것이 문학사의 연속성이다.

 이러한 과정은 고려에서 조선 초기까지의 문학사에서 명료하게 설명되었다. 뿐만 아니라, 역사적인 연속성은 위축과 소생을 내포하는 것을 뿐 아니라, 계속적인 변화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이것은 또 다른 논문 <국문학과 시대사조>가 그것의 단적인 예증이다. 중요한 것은 문학의 역사적인 연속성을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연속성에 둔 점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현대문학 즉 3ㆍ1운동 이후의 문학은 최근세문학이고, 오늘날 건설되고 있는 문학이 현대문학이다. 그러기에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의 연속성은 과거와 현재의 연속성을 말하고, 다시 현재와 미래의 연속성을 말한다. <한국문학사>에 와서 <국문학사에 없던 207면의 현대편을 거의 새로 붙이다시피한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둘째, 문학의 유기적인 전체성은 한 시대의 문학에 있어서는 동시대적 전체성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동시대적 전체성은 항상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민족정신이 내적인 대립을 겪으면 동시대적 전체성이 파괴될 수도 있고, 민족정신의 소생과 더불어 내적인 대립이 극복되면, 문학에서도 동시대적인 전체성이 회복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향가시대(鄕歌時代)에서 장가(長歌)와 경기체가의 대립시대를 거쳐, 시조(時調)시대에 이르는 과정의 서술에서 선명하게 나타난다. 가령, 향가는 ‘결코 귀족계급의 독점물이 아니고 국민간에 널리 보급되어 하나의 국민문학으로 발달’했기 때문에 향가시대에는 동시대적 전체성이 확보되었다.

 그러다가 위축시대에 이르러 향가는 쇠퇴했고, 잠동시대(潛動時代)에 이르러 다시 국문학의 시가(詩歌)인 장가(長歌)와 경기체가(景幾體歌)의 대립으로 나타났다고 보았다. 이러한 대립은 새로운 국민문학인 시조의 성립으로 극복되었다고 한다.

 셋째, 유기체적 전체성은 문학사적 개념의 것만 아니고, 작품을 다루는 입장이기도 하다. 작품을 부분으로 나누거나 개별적인 요소로 환원하지 않고, 전체를 통일적으로 보아 그 의미와 가치를 문학사적 연속성과 시대적인 전체성과 관련을 가지면서 해석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홍길동전>과 <춘향전>을 다루는 데서 명료하게 나타나 있다. 이와 같이 민족사관의 입장을 취하여 역대의 모든 문학적 사상(事象)을 유기체적 전체성으로 파악하였고, 그것의 연속체를 하나의 생명체인 국문학사로 보았다. (박철희 : <한국문학대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