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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막스 뮐러 중편소설『독일인의 사랑(Deutsche Liebe)』

by 언덕에서 2022. 11. 15.

 

막스 뮐러 중편소설 『독일인의 사랑(Deutsche Liebe)』

  

 

 

독일 언어학자 막스 뮐러(Friedrich Max Müller, 1823~1900)가 쓴 중편소설로 1856년 발표되었다. 막스 뮐러는 가곡 '겨울 나그네'의 작사가로 알려진 낭만주의 시인 빌헬름 뮐러(Wilhelm Muller.1794∼1827)의 아들이다. 독일인의 사랑』은 막스 뮐러의 유일한 소설이자, 사랑에 관한 불후의 명작으로 불려지는 작품이다. 소설은 주인공 ‘나’와 심장병 때문에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 마리아가 신분과 육체의 문제를 극복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마리아의 죽음으로 결국 이별을 하게 된다는 단순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정한 가치는 주인공 ‘나’와 마리아가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에 있다.

 막스 뮐러는 언어학자로서 많은 학문적 성과를 남겼으나, 소설은 이 작품 단 한 편을 썼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사랑의 추억이 있다. 그 추억은 자기의 모든 삶을 통틀어 한 시기에 생겼다가 사라진 것일지라도 평생을 지탱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고, 더욱 크나큰 사랑을 실천하는 바탕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이 겪은 사랑의 추억이 아름답게 엮어진 작품이다. 

 진정한 사랑과 희생을 통해서 얻어지는 기쁨을 담은 『독일인의 사랑』은 철학적 사랑의 의미가 명료하다. 모든 이들이 열망하는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구하는 여정인 동시에, 오늘의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감동과 함께 인생의 의미를 새삼 깨우쳐 준다.

 

독일의 언어학자 막스 뮐러(1823~1900)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나’는 어린 시절 밤하늘의 별을 보여 주던 어머니를 통해 그 아름다움과 신비함을 가슴에 깊이 새긴다. 그것은 어머니의 포근한 사랑과 함께 유년시절의 추억으로 자리잡는다. 그것은 사랑의 아름다움과 신비에 대한 첫 번째 추억이었다. 두 번째 추억은 마을 영주 부인에 얽힌 것으로, 어린 아이 마음에 눈뜨는 동경과 순수한 사랑이, 세상 사람들의 척도에 따라 남과 나라는 것을 알게 됨에 따라 닫혀 버린 경험이다. 세 번째 추억부터 이 소설의 줄기를 이루는 마리아를 향한 사랑이 시작된다. 

 어린 시절부터 몸이 아파 병상에서 보내는 마리아, 그 여자는 그가 어린 시절 바라본 별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존재였다. 대학시절 여름 방학을 맞아 고향에 돌아온 그는 자기 마음에 천사로 자리잡고 있는 마리아를 다시 만난다. 마리아와 만나 음악과 시와 신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세상에서 만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하고 순결한 영혼을 지닌 이 여자를 향한 그의 사랑은 단순한 동경과 신비로움을 넘어선 것이었다. 영혼과 육신이 완전히 하나가 될 때 완전한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믿음에 그는 마리아에게 자기 아내가 되어 달라고 말한다. 여기서 그가 마리아의 육체까지 원한다는 것은 흔히 말하는 육체적 사랑을 말하는 건 아니다. 이 생에서 서로 결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 사랑을 완전히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마리아는 “당신의 것은 나의 것입니다. 당신의 마리아로부터‘ 라는 편지를 보낸다. 

 이렇게 서로가 서로의 것이 되었음을 확인한 다음 그녀는 세상을 떠난다.

 

에드바르 뭉크 (Edvard Munch.1863-1944) 작. [병든 소녀]

 

 

 주인공인 ‘나’는 소년 시절 우연히 영주의 저택을 방문하게 된다. 그 저택에서 병약하게 태어나 평생을 병상에서 지내야 하는 ‘마리아’라는 여인을 만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두 남녀 주인공을 통해 드러내고 있는 사랑에 대한 성찰은 결코 단순하지가 않다. 타인과 타인이 만나 서로를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작품 속에 녹아 들어가 있다. 한마디로 작품 전체가 사랑의 본질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 시절, 마리아는 자기가 언제 죽더라도 잊지 말아 달라며 ‘나’에게 반지를 주려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녀의 영혼과 자신의 영혼이 가장 가깝다고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반지를 내게 주고 싶거든 네가 그대로 갖고 있어. 네 것은 다 내 것이니까.”

 '나’는 마지막에 이렇게 고백한다.

 “한 방울의 눈물이 대양에 떨어지며 그녀에 대한 사랑은 인류라는 대해(大海)에 떨어져 몇 백만의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 그들을 에워싸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내가 그렇게도 좋아하던 수백만의 낯선 사람들을, 오늘 같은 조용한 일요일, 홀로 숲 속에 들어와 자연의 품에 안겨 있으면 밖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이 세상에 오직 나 홀로 있는 것처럼 느껴지면, 추억의 무덤으로부터 어떤 동요가 일고, 죽었던 상념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일어났다. 사랑이 갖는 그 전능의 힘이 가슴 속에 다시 되살아나 나를 신비하고 그윽한 눈길로 바라보던 그 그리운 존재를 향해 흘러갔다. 그러면 수백만의 사람들에 대한 사랑은 단 한 사람, 나의 착한 천사인 그 한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변하고 만다. 그리하여 나의 상념은 한없이 영원한, 불가사의한 사랑의 수수께끼 앞에서 입을 다물게 되고 만다."

 

 

 막스 뮐러는 전 생애 동안 오직 한 편의 소설을 남겼는데, 그 작품이 바로 『독일인의 사랑』이다. 이 작품은 인간에 대한 사랑, 문학, 종교를 모두 아우르며 철학적 사랑을 이야기 한다. 풍부한 감수성과 시적인 문체로 가득 찬 이 작품이 시인인 소설가가 아닌 독일의 한 언어학자에 의해 씌어졌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소설의 문장은 여느 시 구절에도 뒤지지 않는다.
 그의 생애 단 하나의 문학 작품인 『독일인의 사랑』이 성공을 거두고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 또한, 언어의 활용이 여느 작품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하나 그냥 쓴 것이 없으며, 문체 또한 언어학자로서 그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언어에 대한 사랑과 노력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사랑을 이야기했다.

 막스 뮐러는 ‘나’와 마리아의 대화 속에 사랑에 관한 철학과 종교적인 성찰을 가미하여 성숙한 사랑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것은 이타적인 사랑으로 진실한 사랑을 했다면 슬픔에 빠져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도움이 필요한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는 메시지이다. 작품 속에서 인용된 '너의 오빠라도 좋고 너의 아버지라도 좋다. 아니 너를 위해 세상 무엇이라도 되고 싶다'는 문장이 그 메시지를 잘 표현하여 준다.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무엇이 되라고 요구하지 말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사랑하는 두 사람 중 어느 한 명이 떠났더라도 말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지만,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지, 이별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독일인의 사랑』은 어떻게 사랑하며 살 것인지를 결정하고 싶은 사람에게 혹은 더 나은 사랑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는 따뜻하고 깊이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