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런던 장편소설 『바다 늑대(The Sea-Wolf)』

미국 소설가 잭 런던(Jack London, 1876~1916)의 장편소설로 1904년에 발표되었다. 20세기 초 자연주의 문학의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강렬한 생존 투쟁과 철학적 사색을 담은 해양 모험 소설이다. 이 소설은 문명화된 인간의 본성과 야성적 본능의 충돌을 심도 있게 탐구한, 잭 런던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잭 런던이 『바다늑대』를 발표한 해는 1904년으로서, <황야의 부름>(1903), <아비스의 사람들>(1903) 그리고 <계급의 전쟁>(1905), 등을 발표하던 시기였다. 그는 후에 <강철군화>(1907), <아담 이전>(1907) 등을 발표하면서 마르크스주의적인 사상을 소설로 표현하기에 이른다. 잭 런던이 니체, 쇼펜하우어 등의 세기말 철학자들의 사상과 스펜서 류의 진화론 그리고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해 갔던 사상적 편력은 잘 알려져 있다. 철학 사상적인 이론의 전개를 따라 펼쳐지는 그의 소설의 특성은 『바다 늑대』에서도 적용된다. 여기서는 스펜서와 다윈의 진화론 사상에서 유추된 적자생존설과 니체의 '초인사상'을 연상시키는 초월주의와 허무주의의 파탄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많은 소설들이 그러하듯 이 소설에서도 역시 다양한 사상의 실험하는 무대처럼 풍부한 논쟁이 펼쳐진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생생한 묘사와 몰입감 있는 전개, 바다라는 공간이 주는 고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잭 런던은 바다와 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인간의 생존 본능과 도덕적 갈등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또한 철학적 대화를 통해 인간 본성과 문명, 야성의 관계를 심도 있게 찾아냈다. 그런 점에서「바다 늑대」는 모험 소설이자 철학 소설로, 단순한 액션 이상의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인공 울프 라센의 세계관에 대한 비판적 사고와 험프리의 성장 과정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문명의 가치를 비교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극한의 환경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능과 생존 전략을 탐구하며, 자신만의 해석을 도출할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험프리 밴 와이든(Humphrey Van Weyden)은 부유한 가정 출신의 문학 평론가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페리를 타다 사고를 당해 바다에 빠진다. 험프리는 우연히 고스트(Ghost)라는 포경선에 의해 구조된다.
고스트의 선장 울프 라센(Wolf Larsen)은 잔혹하고 강인하지만 지적인 인물로, 선원들에게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험프리는 구조되었음에도 강제로 선원으로 일하게 된다. 울프 라센은 험프리를 "허약한 문명인"으로 여기며 그의 지적 신념을 비웃는다.
험프리는 거친 바다 생활 속에서 신체적, 정신적으로 단련되며 점점 강인해진다. 그는 라센의 냉혹한 세계관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도덕성과 인간성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이후 고스트호는 표류 중인 배를 발견하는데, 그 안에 있던 여성 작가 모드 브루스터(Maud Brewster)를 구출한다. 모드는 험프리와 비슷한 배경을 가진 인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위안을 얻으며 사랑에 빠진다.
험프리와 모드는 라센의 폭력적 통치와 점점 더 대립하게 된다. 선장 라센은 자기 육체가 점차 쇠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의 철학적 신념과 잔인함을 고집한다. 험프리와 모드는 고스트 호에서 탈출해 무인도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생존의 기초를 마련하며 점차 자유와 사랑의 의미를 깨닫는다.
고스트 호가 무인도에 나타나지만, 라센은 심각한 병에 걸려 점점 무력해진다. 험프리와 모드는 라센의 죽음을 지켜보며, 그의 잔인함에 복합적인 감정을 느낀다. 험프리와 모드는 구조되며,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품고 문명 세계로 돌아간다.

이 소설의 상황 설정은 더없이 극적이고 독특하다. 친구를 방문하고 오던 길에 배가 난파하면서 문학비평가 밴 웨이든은 이상한 운명의 길에 들어선다. 구사일생으로 바다표범 사냥범선 고스트 호에 의해 구조되었으나 그 배
에는 독재자 선장 울프 라르센이 기다리고 있다. 강압에 의해 선원 생활을 하게 된 '험프'는 항상 몸담고 살면서도 깨닫지 못했던 약육강식 세계의 본연의 모습을 보게 된다. 배라고 하는 바다 위에 뜬 섬은 짐승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표본이다. 막돼먹은 선원들의 세계는 학문 연구로만 평생을 보낸 험프리 밴 웨이든에게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폭력과 저주와 적자생존의 세계이다. 그리고 독재자의 끔찍한 비인간적 논리 앞에서---소시민의 고정관념과 안이한 세계인식의 논리를 칼날과도 같이, 총탄과도 같이 자르고 뚫어버리는 파괴력 앞에서---자신의 부르주아적 세계관은 깡그리 부정당하고 만다.
작가는 우연이지만 가장 극적인 상황을 설정해 놓고, 배라는 작은 사회와 바다라는 불가항력적인 자연이 어우러진 심포니와 같은 이야기를 전개한다. 폭력과 학대의 동물적인 논리가 지배하는 위력, 적자생존의 사고방식과 인격의 무가치함 앞에서 느껴지는 무기력함 그리고 하나의 가설과도 같은 사상을 극단까지 밀고 가는 '위험성'을 마주한 험프리 밴 웨이든은 피치 못할 결단을 강요당한다. 그런데 여인 모드 브루스터가 구조되면서 험브리 밴 웨이든에게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가 주어지며 소설은 극적 전환을 맞게 된다.
♣
험프리와 울프 라센은 문명화된 인간과 본능적 생존주의자의 대비를 상징한다. 험프리는 문명의 가치를 지키려 하지만, 라센은 이를 무시하며 본능적 힘과 생존을 중시한다. 라센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은 니체의 초인 사상과 다윈의 진화론적 관점을 반영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험프리는 인간의 도덕성과 연대를 주장한다. 험프리는 극한 상황 속에서 도덕적이고 강인한 인간으로 성장하며, 진정한 인간성의 가치를 깨닫는다. 험프리는 초기에는 나약한 지식인으로 등장하지만 바다 생활을 통해 신체적·정신적으로 변화하며 진정한 주체성을 획득한다. 뒤에 등장하는 여성 모드 브루스터는 문명화된 세계의 도덕성을 상징하며, 험프리의 내면적 성장을 돕는 인물이다. 울프 라센은 폭력적이고 지적인 해적형 선장으로, 허무주의적 세계관을 상징한다. 그는 생존 본능을 극대화한 인간상을 보여주며, 도덕적 가치와 충돌한다.
해양소설의 상징성은 역사 이래 그 매력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해양소설의 가장 표본적인 모습을 이 소설은 두루 갖추고 있다. 배에 갇혀 바다를 모험하는 해양 서사시의 전통은 오디세우스의 표류담 이래로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 소설 역시 그러한 전통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함축하는 선악의 대결과, 영웅적 승리로 이끄는 인간적 용기와 지혜를 연출해 낸다. 이 작품은 나뭇잎과 같은 배에 구속된, 무의미한 인간의 존재가 바다라는 무한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삶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긴다. 해양소설이 보여주는 모험과 발견과 투쟁이 있는 한 항해는 그치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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