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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인간에게 영생이 가능할까? <아일랜드(Island(2005)>

by 언덕에서 2024. 12. 27.

 

 

 

 

인간에게 영생이 가능할까? <아일랜드(Island(2005)>

 

 

 영화 <아일랜드(2005)>는 마이클 베이가 감독하고 이완 맥그리거와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은 SF 액션 영화이다. 이 영화는 복제 인간과 자유, 생명의 가치를 이야기하며 긴박한 액션과 빠른 전개로 흥미를 준다.

 사람에게 이식할 장기를 구하기 위해 복제 인간을 양성하는 시대를 가정하여 만든 영화다. 특정 부위가 고장나면 그 부속품을 구해 끼워버리면 자동차가 구동되듯이 인간도 특정 부위나 장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복제 인간의 해당 부위를 이식해서 낫게하는 시스템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생태적인 재앙으로 지구가 멸망 일보 직전에 있고 자신들을 비롯한 소수의 사람만이 살아남은 지구 종말 시대의 생존자라고 믿는다. 이들은 유토피아란 시설에서 매일 양질의 음식과 잠자리를 받으며 모든 생활을 통제받는 가운데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로 이주할 기회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을 비롯한 유토피아의 거주자들의 용도는 자신들의 시설에 자금을 대는 인간이 질병 등에 걸렸을 때 장기와 신체 부위를 제공할 복제 인간이었다.

 

 미래 사회의 모습을 다룬 고전적인 SF영화의 모든 것을 담은 <아일랜드>는 기계적인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한다. 또한, 법 자체가 도덕이 되어 인간미라고는 전혀 찾을 수 없는 끔찍한 미래상을 보여준다.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현재를 살아가는 인류에 대한 경고로 볼 수도 있다.

 자신이 지구 종말의 얼마 안 되는 생존자라는 믿음과 함께 무작위 추천으로 많은 경쟁률을 뚫어야만 갈 수 있다고 하는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대한 미래인들의 환상은 그동안 종교가 신의 이름, 신의 가르침이라는 명목으로 인류를 도탄에 빠지게 했던 악순환의 인류 역사에 대한 은근한 반성이기도 하다. 일찍이 카를 마르크스가 지적했듯이 종교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 아편이 되며, 인간을 향한 통제 수단으로 변질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오래전부터 인류의 부정적인 미래상의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 여럿 있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기술이 발전하며 인간의 소외가 극심해지는 현상이 작금의 현실이기에 이 영화가 주는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가까운 미래,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가는 것만이 희망인 사람들이 있다. 자신을 지구 종말의 생존자라 믿고 있는 링컨 6-에코(이완 맥그리거)와 조던 2-델타(스칼렛 요한슨)는 수백 명의 주민과 함께 부족한 것이 없는 유토피아에서 빈틈없는 통제를 받으며 살고 있다.

 미래의 세상은 지구에 일어난 생태적인 재앙으로 인하여 수십 억의 인구가 멸절하고 일부만이 살아남은 21세기 중반이 배경이다. 사람들은 오염된 지구를 피해 철저히 통제된 시설에서 살아간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면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먹는 음식과 인간관계까지 격리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모두 지구에서 유일하게 오염되지 않은 희망의 땅 ‘아일랜드’에 추첨이 되어 뽑혀 가기만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


 주인공 링컨(이완 맥그리거)은 어느 순간부터 반복되는 일상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링컨은 시설에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그리고 곧, 자신이 믿고 있던 모든 것들이 거짓이었음을 알게 된다.

 링컨은 "아일랜드"라는 곳이 거짓이며, 자신과 동료들이 사실은 ‘복제 인간(클론)’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한다. 자신들은 장기를 제공하거나 대리 출산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였다. 결국 ‘아일랜드’로 뽑혀 간다는 것은 신체 부위를 제공하기 위해 무참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깨달았다. 어느 날, 복제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한 후 장기를 추출 당하며 살고 싶다고 절규하다 사망한다. 이러한 동료의 모습을 목격한 링컨은 아일랜드로 떠날 준비를 하던 조던(스칼렛 요한슨)과 함께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들을 붙잡기 위해 시설 측은 용병 부대를 보내 추격한다.

 

 그간 감춰졌던 비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외부의 모습을 보게 된 이들은 자신들을 구해줄 스폰서를 찾으며 오직 살고 싶다는 본능으로 탈주를 계속한다. 링컨과 조던은 아일랜드를 떠나 도시로 나와 '진짜' 사람들과 마주한다. 링컨은 자신을 만든 진짜 인간, 톰 링컨을 만나지만 그는 복제된 링컨을 용압할 수 없다. 한편, 시설의 책임자인 의사 메릭은 아일랜드의 거주자들에게 비밀을 감추기 위해 두 사람을 없애려고 한다. 용병들의 추격이 계속될수록 링컨과 조던은 더 큰 위험에 빠진다.

 링컨과 조던은 시설로 돌아가 닥터 메릭의 과업을 막기로 결심한다. 두 사람은 필사적으로 시설에 잠입해 시스템을 파괴하고, 링컨은 메릭과 맞서 싸워서 그를 쓰러뜨린다. 이에 따라 시설이 무너지며, 갇혀있던 다른 복제 인간들도 자유를 얻게 된다. 복제 인간들은 시설을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로운 세상을 만난다. 링컨과 조던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장면에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영화 <아일랜드>는 복제 인간이라는 소재를 통해 생명의 가치와 윤리적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람을 부품처럼 생각할는지도 모를 미래 사회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으며,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다움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긴박한 추격전과 화려한 액션 장면이 영화의 재미를 더하지만 "영생을 위해서라면 복제 인간도 괜찮다"라는 물음이 관객을 착잡하게 만든다. 또한 "복제 인간도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자들을 향해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의 탐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숙제를 안겨준다.

 링컨과 조던의 여정은 자유를 향한 희망과 용기를 보여주기에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복제 인간이 필요하다는 가정은 과학기술과 윤리학의 접점을 건드리는 매우 논쟁적인 주제이다. 특히 "영생"이라는 목표가 과연 인간에게 축복일지, 아니면 새로운 고통일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이러한 논쟁은 크게 윤리적 문제와 철학적 질문으로 나눌 수 있다.

 

 복제 인간이 영원한 생명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면, 그들의 가치는 어떻게 정의될까? 복제 인간을 단순히 "부품"으로 여기고, 장기 제공을 위해 만든다는 것은 생명을 도구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행위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이 영화에서처럼 복제 인간도 생각과 감정을 가지는 존재라면 그들 역시 "인간"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특정 인간의 영생을 위해 또 다른 특정 인간을 희생시킨다는 것은 '노예제도'와 다름없다. 영생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끝없는 욕망의 결과일 뿐, 그것이 꼭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은하철도 999’에서처럼 삶이 지겨워서 투신자살하는 사람들이 일상화될지도 모른다.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은 과연 축복일까, 아니면 또 다른 저주일까? 인생이 유한하기에 우리는 흐르는 시간을 가치 있게 느낀다. 하지만 죽음이 없다면, 시간의 의미가 사라지고 삶의 소중함 또한 잃게 된다. 영원한 생명은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과 고독을 가져올 수 있다. 주변 사람들은 죽어가지만, 자신만 영원히 살아야 한다면, 그 외로움과 고통은 감당하기 어려울 것임은 명약관화한 사실이다. 이 영화에서처럼 영생을 위해 복제 인간이나 기술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부유하고 권력 있는 사람들만의 특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회에서는 더욱 심각한 불평등과 차별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괴로움을 피하고자 선택할 수 있는 철학적, 윤리적 대안에는 다음과 같은 논의가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와 스토아학파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순리로 받아들이라고 말했다. 죽음이 있기에 삶은 더욱 가치가 있으며, 죽음을 피하려는 욕망이 오히려 고통을 낳는다고 말했다.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은 같은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고 해도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영생이라는 물리적 시간 대신, 현재의 순간을 영원처럼 소중히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라는 의미이다.

 기술 발전은 죽음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사용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예를 들어, 장기 이식이나 건강 증진 기술이 모두를 위한 삶의 개선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에게는 스스로 삶을 선택하고 마무리할 자유가 필요하다. 이는 안락사나 존엄사와 같은 논의로 이어지며, 인간이 자신의 생명에 대해 결정권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윤리적 고민을 포함한다.

 

 영화 <아일랜드>가 던진 복제 인간과 영원한 생명에 대한 논쟁은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보여준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욕망이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현재의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결국, 영생이란 단순히 죽음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가치를 깊이 깨닫고 한순간 한순간을 보람있게 살아가는 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