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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시집살이 노래

by 언덕에서 2015. 5. 19.

 

 

 

시집살이 노래

 

 

 

 

 

 

 

시집살이

 

 

형님 온다 형님 온다 분(粉)고개1로 형님 온다.

형님 마중 누가 갈까. 형님 동생 내가 가지.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2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둥글둥글 수박 식기(食器)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小盤)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

오 리(五里) 물을 길어다가 십 리(十里) 방아 찧어다가,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두 방에 자리 걷고3,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니같이 어려우랴?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아버니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세4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뾰족새요.

시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요,

자식 하난 우는 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세.

귀 먹어서 삼년이요 눈 어두워 삼년이요,

말 못해서 삼년이요 석 삼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던 요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삼단 같던 요내 머리 비사리춤5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 치마6 눈물 씻기 다 젖었네.

두 폭 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울었던가 말았던가, 베개 머리 소(沼) 이겼네7.

그것도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8

쌍쌍이 때 들어오네.

 

 

 

- 부녀요 '시집살이', 채집지 : 경북 경산

 

 

 

 전래 부녀요(婦謠) '시집살이'는 시집간 여인들이 겪은 삶의 고통을 노래했다. 불과 몇 십 년 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상, 즉 유교가 지배했던 사회에서는 한 개인의 존엄성이나 자유보다는 가문의 명분과 지위가 앞세워졌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여인들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유교사상에 얽매여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왔다. 게다가 양반집이 아닌 서민층의 여인들은 자유와 권리 추구는커녕, 가난과 그 안에서의 노동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를 낳고, 바느질이나 부엌일을 하고, 물레를 돌리고, 삼을 삼고, 그러면서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참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여인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여인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일을 하면서 그 일의 고통을 조금 덜 느끼게 해 줄 노래였을 것이다. 간혹, 자신의 삶이 힘들어 벗어나려 도망치고, 목숨을 끊는 일이 적지 않았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여인네는 자신의 삶에 체념하고 살았을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견딜 방법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견디는 그 방법이 바로 노래였을 것이다.

 

 

 '시집살이'란 제명은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모든 노래를 의미하며 여기에 소개된 노래는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노래는 경북 경산 지방의 부녀자들에 의해 구전되던 부요(婦謠)로 봉건적인 가족제도 아래서 겪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노래의 내용은 남성 중심의 봉건적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를 사촌 자매간의 대화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민요로 서민들의 소박한 애환을 담은 민중의 노래이다. 또한 '시집살이'라는 부요(婦謠)는 여성 생활의 불행을 고발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민요이다. 이 노래는 봉건 사회의 대가족 제도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가 대단히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층층시하(層層侍下)의 모든 시집 식구들과 아내의 괴로움을 몰라주는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

 이 노래는 며느리만이 겪어야 하는 불행에 대한 항거가 거리낌 없이 드러나 호소력을 가진다.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란 말처럼 갖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소박하고도 간결한 언어로 압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결말 부분에서는 해학적인 언어로 체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진실성이 나타나 있다.

 

 이 노래를 감상하다보면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시집살이 3년 만에 /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 얘야 아가 며늘아가 / 진주낭군 오실 것이니 진주 남강 빨래가라"로 시작되는 또다른 노래〈진주난봉가9〉를 떠올리게 된다. 가난한 시집에서 남편도 없이 시집살이를 하나 남편인 진주낭군은 기생첩을 데려오고 아내를 외면하자 목을 매 죽었다는 내용이다. 죽은 아내를 보고 진주낭군이 "첩의 정은 3년이요 본처의 정은 100년인데 너 그럴 줄 내 몰랐단다"라고 후회한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횡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의미 깊은 사설이지만 한 여자의 생애에 발생하는 불행의 근원이 시댁 뿐만 아니라 남편 자신이 그 중심이 있다는 점이 심히 비극적이다.

 

 

 

 

 

 

 

 

 

 

  1. 지명으로 추측 [본문으로]
  2. 당추와 고추는 같은 것이나 음의 조화로운 배치를 노린 표현이며, 시집살이의 매움을 강조하였다. [본문으로]
  3. 식구가 많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임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4. 동서(同壻: 형제의 아내끼리 일컫는 말. [본문으로]
  5. 싸리의 껍질같이 거칠어진 모양이 되었네. 고된 시집살이로 볼품없이 됨. [본문으로]
  6. 짙은 남빛 치마 [본문으로]
  7. 소(沼)는 물이 깊게 괸 곳으로 눈물이 소를 이루듯 홍건히 괴었음을 말함, 눈물이 연못을 이루었네 [본문으로]
  8. 자식들을 빗댄 말로 보기도 함 [본문으로]
  9. 임동권이 쓴 『한국민요집』IV에 채록되어 있으며, 1996년에 박이정이라는 출판사에서 간행한 『시집살이 노래연구』에도 약간 다른 가사로 정리되어 있다. 가난한 집에서 시집살이를 하는 여인의 남편이 기생을 첩으로 데려와 아내를 외면하자 여인은 목을 매 죽고, 죽은 아내를 보고서야 남편이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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