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노래
시집살이
형님 온다 형님 온다 분(粉)고개1로 형님 온다.
형님 마중 누가 갈까. 형님 동생 내가 가지.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2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둥글둥글 수박 식기(食器)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小盤)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
오 리(五里) 물을 길어다가 십 리(十里) 방아 찧어다가,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두 방에 자리 걷고3,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니같이 어려우랴?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아버니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세4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뾰족새요.
시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요,
자식 하난 우는 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세.
귀 먹어서 삼년이요 눈 어두워 삼년이요,
말 못해서 삼년이요 석 삼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던 요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삼단 같던 요내 머리 비사리춤5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 치마6 눈물 씻기 다 젖었네.
두 폭 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울었던가 말았던가, 베개 머리 소(沼) 이겼네7.
그것도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8
쌍쌍이 때 들어오네.
- 부녀요 '시집살이', 채집지 : 경북 경산
전래 부녀요(婦女謠) '시집살이'는 시집간 여인들이 겪은 삶의 고통을 노래했다. 불과 몇 십 년 전 한국 사회를 지배했던 사상, 즉 유교가 지배했던 사회에서는 한 개인의 존엄성이나 자유보다는 가문의 명분과 지위가 앞세워졌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여인들은 여자라는 이유 하나로 유교사상에 얽매여 인간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 채 살아왔다. 게다가 양반집이 아닌 서민층의 여인들은 자유와 권리 추구는커녕, 가난과 그 안에서의 노동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했다. 아이를 낳고, 바느질이나 부엌일을 하고, 물레를 돌리고, 삼을 삼고, 그러면서 인간으로서 제대로 된 대우도 받지 못한 일들을 겪으며 참으며 살아온 사람들이 바로 여인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여인들이 견딜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은 바로 일을 하면서 그 일의 고통을 조금 덜 느끼게 해 줄 노래였을 것이다. 간혹, 자신의 삶이 힘들어 벗어나려 도망치고, 목숨을 끊는 일이 적지 않았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여인네는 자신의 삶에 체념하고 살았을 것이다.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견딜 방법을 찾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 견디는 그 방법이 바로 노래였을 것이다.
♣
'시집살이'란 제명은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모든 노래를 의미하며 여기에 소개된 노래는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노래는 경북 경산 지방의 부녀자들에 의해 구전되던 부요(婦謠)로 봉건적인 가족제도 아래서 겪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주제로 삼고 있다.
이 노래의 내용은 남성 중심의 봉건적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를 사촌 자매간의 대화형태로 표현하고 있다.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민요로 서민들의 소박한 애환을 담은 민중의 노래이다. 또한 '시집살이'라는 부요(婦謠)는 여성 생활의 불행을 고발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민요이다. 이 노래는 봉건 사회의 대가족 제도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가 대단히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층층시하(層層侍下)의 모든 시집 식구들과 아내의 괴로움을 몰라주는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
이 노래는 며느리만이 겪어야 하는 불행에 대한 항거가 거리낌 없이 드러나 호소력을 가진다.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란 말처럼 갖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소박하고도 간결한 언어로 압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결말 부분에서는 해학적인 언어로 체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진실성이 나타나 있다.
이 노래를 감상하다보면 "울도 담도 없는 집에 시집살이 3년 만에 / 시어머니 하시는 말씀 얘야 아가 며늘아가 / 진주낭군 오실 것이니 진주 남강 빨래가라"로 시작되는 또다른 노래〈진주난봉가9〉를 떠올리게 된다. 가난한 시집에서 남편도 없이 시집살이를 하나 남편인 진주낭군은 기생첩을 데려오고 아내를 외면하자 목을 매 죽었다는 내용이다. 죽은 아내를 보고 진주낭군이 "첩의 정은 3년이요 본처의 정은 100년인데 너 그럴 줄 내 몰랐단다"라고 후회한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횡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의미 깊은 사설이지만 한 여자의 생애에 발생하는 불행의 근원이 시댁 뿐만 아니라 남편 자신이 그 중심이 있다는 점이 심히 비극적이다.
- 지명으로 추측 [본문으로]
- 당추와 고추는 같은 것이나 음의 조화로운 배치를 노린 표현이며, 시집살이의 매움을 강조하였다. [본문으로]
- 식구가 많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임을 알 수 있다. [본문으로]
- 동서(同壻: 형제의 아내끼리 일컫는 말. [본문으로]
- 싸리의 껍질같이 거칠어진 모양이 되었네. 고된 시집살이로 볼품없이 됨. [본문으로]
- 짙은 남빛 치마 [본문으로]
- 소(沼)는 물이 깊게 괸 곳으로 눈물이 소를 이루듯 홍건히 괴었음을 말함, 눈물이 연못을 이루었네 [본문으로]
- 자식들을 빗댄 말로 보기도 함 [본문으로]
- 임동권이 쓴 『한국민요집』IV에 채록되어 있으며, 1996년에 박이정이라는 출판사에서 간행한 『시집살이 노래연구』에도 약간 다른 가사로 정리되어 있다. 가난한 집에서 시집살이를 하는 여인의 남편이 기생을 첩으로 데려와 아내를 외면하자 여인은 목을 매 죽고, 죽은 아내를 보고서야 남편이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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