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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파브르 평전『나는 살아있는 것을 연구한다』

by 언덕에서 2014. 11. 18.

 

 

 

 

파브르 평전『나는 살아있는 것을 연구한다』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비롯해 많은 상을 수상한 작가 마르틴 아우어1가 쓴 이 책은  들판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연구하고, 서재에서 관찰을 통해 죽는 그날까지 연구를 거듭했던 파브르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로 2003년 독문학자 인성기2가 번역하고 농학박자 김승태3가 감수하여 청년사에서 발간되었으며 원제는 Ich aber ergorsche das Leben이다.

 무한한 애정의 눈으로 생명체를 대했던 파브르(Jean Henri Fabre.1823∼1915) 있는 그대로의 자연의 모습을 꾸준히 관찰하여, 과학계에 통용되었던 잘못된 오류들을 많이 잡아냈고, 그가 쓴 과학책은 철학책이자 문학작품으로 평가 받을 만큼 문학성이 뛰어났다. 파브르는 『곤충기』의 저자이자 소외된 아이들의 다정한 선생님, 자녀들에게 대화하기를 즐겨 했던 한 아버지였다.

 이 책에서는 자연과 더불어 살았던 그의 삶과 함께 그가 관심을 가졌던 분야- 식물학, 거미학, 균학, 기계공학, 요리 등 - 과학 전반과 진리를 탐구하는 학자로서의 진면모를 만날 수 있다.

 

 

곤충학자 파브르(Jean Henri Fabre.1823-1915)

 

 파브르는 남프랑스의 아베롱현(縣) 생레옹 출생. 빈농가의 아들로 태어나 현의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 1842년 카르팡트라스의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1843년∼1851년 코르시카의 아작시오 리세에서 물리학을 강의했으며, 몽펠리에대학에서 물리ㆍ수학을 배운 후 1849년 코르시카의 아작시오중학의 물리학 교사, 1853년 아비뇽에 있는 고등학교 교사에 임명되었으며, 이학사(理學士) 시험에 합격하였다.

 1854년 31세 때의 겨울 레온 뒤프르의 소책자를 읽고 감명을 받아, 곤충연구에 일생을 바칠 것을 결심하였다. 이듬해 노래기벌의 연구를 발표하였고, 얼마 후에 아비뇽의 르키앙박물관장에 임명되었으며, 86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관학파의 공격과 비난으로 인해 교단과 박물관장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였으며, 과학보급서를 저술하였음에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곤충학자 파브르(Jean Henri Fabre.1823-1915)

 

 이 책은 평전 특유의 딱딱함이 곳곳에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드라마와도 같은 그의 생애는 한 권의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게 한다. 파브르의 일대기를 순차적 구성으로 곤충을 관찰하며 발견한 곤충의 생태, 성장 과정, 본능적인 태도 등만을 다루지 않고 간간이 일화를 실어 그 즐거움을 더하고 있다.

 자신의 집을 연구실로 만들어 늘 곤충의 생태를 살피며 몽당연필로 그 발자취를 적어가던 학자의 풍모는 오늘날 연구하는 이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저자는 파브르가 30여년이 걸리는 동안 곤충기를 발표하며 관찰자의 동기와 관찰 과정을 소상히 정리하여 관찰의 오류, 뜻밖의 발견 앞에 기뻐하던 일 등을 낱낱이 밝히고 있다.

 곤충기에 새로운 학설을 밝혀낼 때마다 명성은 드높아졌지만 주변인들의 시샘은 파브를 점점 힘들게 만들었다. 급기야는 비정규직인 교사직을 박탈당한 뒤 파브르는 교과서 편찬에 주력했다. 기존의 교과서가 죽은 지식 위주의 난해한 글로 쓰인 것에 반기를 들며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운 교과서를 만들자는 취지 아래 적절한 비유를 들어가며 실생활과 괴리되지 않은 내용으로 책을 써 나갔다.

 파브르는 평생 동안 물질적으로는 궁핍한 생활이었지만 알마스 주변의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늘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곤충학자로서 대자연과 호흡하며 연구에 매진하여 왔다. 가족은 그의 연구 보조자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지만 눈앞에서 자식의 죽음을 지켜봐야했던 쓰라린 아픔 앞에서도 파브르는 의연함을 보였다. 사랑하는 아들 쥘이 사망했을 때 아들에게 헌정하는 세 가지 종류의 벌들을 곤충기에 적으며 자신의 슬픔을 달랠 정도로 고통을 견뎌내는 정신적 힘이 누구보다 강한 이였다.

 경제적 궁핍에 시달려왔던 파브르는 곤충 실험실을 만들 한 덩어리의 땅을 마련하고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관찰 대상을 기르고 돌보는 광경은 오늘날 환경 운동가의 모습으로까지 비춰졌다. 죽는 순간까지 연구에 매달려온 파브르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곤충들의 삶의 모습을 곤충기에 담아 새로운 지평을 열어놓았다. 연구자의 성실한 자세로 미지의 세계를 향한 연구의 서막은 새로운 학설을 뒷받침하는 담금질을 하기에 충분했다. 다윈의 제안을 받아들여 새로운 시도를 해보이며 벌의 방향감각을 찾아내는 부분은 언제나 기억 속에 또렷이 남을 것으로 판단된다.

 '보는 것이 아는 것이다.'무미건조하다고 치부하기 십상인 자연 과학에 흥미를 붙여준 학자 파브르의 평전은 연구자의 태도와 자질에 대해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지침이기도 하다.

 

 

  1. Martin Auer 1986년에 처음으로 어린이와 어른을 대상으로 한 시와 산문, 방송극과 영화 연출에 관한 책을 쓴 뒤 지금까지 계속 프리랜서 작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물건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크게 또는 작게 변신할 수 있는 마술 같은 그림이 들어있는 책을 만들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마술을 특히 좋아하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도 많이 썼다. 현재는 자유 문필가로 활동하며 빈과 슈타이어마르크에서 살고 있다. [본문으로]
  2.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Dr. phil을 취득했다. 저서로 『네스트로이의 반환상극』이 있으며 번역서로 『교양』『남자』등이 있다.'오스트리아 문학의 언어', '뒤렌마트의 기호극', '유럽 계몽주의와 독일 낭만주의', '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과 네스트로이의 언어극' 등의 논문을 집필했다. 현재 서울대와 한양대에서 강의하고 있다. [본문으로]
  3. 농학박사(농업곤충학)로 서울대학교, 건국대학교, 공주대학교, 중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한국곤충학회, 응용곤충학회,토양동물학회 회원이며, 미국, 일본, 영국, 중국 거미학회 회원, 세계거미학회 회원, 러시아 절지동물 학회 회원이다. 지은 책으로 『거미의 세계』, 『열려라 거미나라』, 『한국거미생태도감』등이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