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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득심응수(得心應手) 

by 언덕에서 2014. 11. 5.

 

 


득심응수(得心應手)

 

 

 

 

 

 

춘추시대 제(齊) 환공1(桓公)이 어느 날 방에서 책을 잃고 있을 때에 윤편2(輪扁: 수레바퀴를 만드는 목수. 편은 이름)이 뜰에서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었다. 편은 망치와 끌을 놓고 당상(堂上)에 올라와 환공에게 물었다.

황송합니다만 공께서 읽으시는 책은 어떤 말씀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네.”

그 성인은 지금 살아 계십니까?”

그 성인은 이미 이 세상에서 떠났네.”

그러하오면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성인이 뱉어 놓은 찌꺼기입니다.”

 환공이 말했다.

내가 책을 읽는데 네 놈이 무슨 잔소리냐? 어디 그 이치 말해 보아라. 말이 맞지 않으면 죽이리라

 윤편이 말했다.

신은 제가 하는 일에서 느낀 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너무 깎으면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 깎지도 덜 깎지도 않는다는 것은 손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수긍할 뿐이지 말로는 할 수 없으니,(得之於手而應於心 口不能言) 거기에는 어떤 무엇(心術)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그것을 저의 자식에게 가르쳐 줄 수도 없고 저의 자식도 또한 저에게서 그것을 이어 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칠십이 되도록 늙어서도 이 수레바퀴를 깍고 있는 것입니다. 옛날에 성인도 깨달은 바 그 무엇을 끝내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니, 공께서 읽으시는 책은 옛 사람이 뱉어 놓은 찌꺼기가 아니겠습니까?”

 

 

 손 가는 대로 따라가도 마음과 서로 호응한다는 말로, 일하는 게 매우 능숙하여 자연스럽다는 뜻이다. 득심응수(得心應手)라고도 한다. 장자(莊子) 외편(外篇) 천도(天道)편에 나오는 말이다.

 즉 오랜 기간 동안 전심(專心)과 자기 수양의 과정을 거치면서 손과 마음이라는 감각을 터득한 뒤라야만 어떤 얽매임도 없는 경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과 손이라는 감각, 천지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히거나 걸리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그러니 윤편이 보기에 과거의 틀에 사로잡혀 그저 옛사람의 죽은 글을 통해 도를 깨치려 드는 것이 어리석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장자는 윤편의 비유를 통하여 진리의 터득은 지식에 있지 않고 체험에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

    -- 출전 <'장자' 298쪽  외편 천도>

 

 

 

  1. 춘추 시대 제나라의 국군(國君). 성은 강(姜)씨고, 이름은 소백(小白)이다. 양공(襄公)의 동생이다. 처음에 거(莒)로 달아났다가 양공이 피살되자 거에서 귀국해 즉위했다. 관중(管仲)을 재상에 등용하여 개혁을 통해 부국강병을 시도했다. 존왕양이(尊王攘夷)를 명분으로 삼아 북쪽으로 융적(戎狄)을 정벌하고 그들이 중원을 넘보는 것을 막았다. 남쪽으로는 강대국 초(楚)나라를 억제하여 소릉(召陵)에서 회맹하도록 했다. 주왕실(周王室)을 안정시켜 주혜왕(周惠王)이 죽자 태자 정(鄭)을 받들어 즉위시키니, 바로 주양왕(周襄王)이다. 여러 차례 제후들을 회합하여 맹약을 세우는 등 위망(威望)을 떨쳤다. 춘추 시대 최초의 패주(覇主)다. 재위 기간은 43년이고, 시호는 환(桓)이다.[네이버 지식백과] 제환공 [齊桓公]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1.20, 이회문화사) [본문으로]
  2. 춘추 시대 제(齊)나라 사람. 바퀴를 잘 만들었다. 제환공(齊桓公)이 당상(堂上)에서 책을 읽는 것을 듣다가 왜 지게미를 읽느냐면서 따졌다. 그리고 들고 있던 도끼를 놓고 제환공과 도에 대해 논했다. 재주의 지극한 것은 손으로 터득하여 마음으로 응하는 것으로, 마음을 움직이고 신령(神靈)이 모여져야 하는 것이지 입으로 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로 미루어 지극한 도는 정교하고 미세하여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옛날 사람들은 이미 죽었고 생각이나 말을 책으로 써서 남겼지만, 이것은 단지 조박(糟粕, 지게미)일 뿐이라고 했다.[네이버 지식백과] 윤편 [輪扁] (중국역대인명사전, 2010.1.20, 이회문화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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