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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맹춘(孟春), 봄이다!

by 언덕에서 2014. 3. 27.

 

 

 

맹춘(孟春), 봄이다!

 

 

 

아! 봄입니다. 봄은 1년의 4계절 중 첫 번째 계절로 기상학적으로는 양력 3∼5월을 말하나 천문학적으로는 춘분에서 하지까지겠군요. 절기상으로는 입춘에서 입하 전까지를 의미하니, 음력으로는 1∼3월에 해당됩니다. 날씨가 하도 좋아 지난 주말에는 이틀 동안 집 주변의 산들을 돌아다녔습니다.

 

 

 

 

 이곳 남쪽 지방에는 목련, 매화, 진달래가 한창이고 개나리와 벚꽃이 망울을 터트리고 있는 중입니다. 생물계절(生物季節)로는 봄의 화신(花信)이라 불리는 개나리ㆍ진달래는 남쪽에서 시작하여 봄의 진행과 함께 북쪽으로 올라갑니다. 봄은 계절의 주기로 볼 때 시작을 뜻하는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해의 계획은 봄에 세우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과거의 봄은 긴 겨울 동안 농사의 소출이 없기 때문에 식량 부족으로 시달리기 일쑤여서 이때를 ‘보릿고개’라 하였고 다른 말로는 ‘춘궁기(春窮期)’라고 하였지요. 식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무척 긴 것으로 느꼈으며, ‘봄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든가 ‘봄 사돈은 꿈에 봐도 무섭다. ’, ‘봄에 의붓아비 제사 지낼까.’ 등의 속담은 모두 봄의 궁함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봄에 흔히 보게 되는 생리적 현상인 낮잠을 두고 생겨난 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 있는데, 이 말은 ‘덧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봄에 잠깐 낮잠을 이루었을 때 흔히 꾸게 되는 꿈은 덧없다는 뜻이지요. 또 봄이라는 계절이 기간으로 보아 짧기 때문에 덧없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요. 봄이 짧은 건 요즘 만의 현상은 아닌가 봅니다. 또 봄은 오랜 겨울 동안 움추렸던 생리 현상을 활발하게 한다는 데서 유추된 생각이 ‘봄바람’, ‘춘정(春情)’ 등의 말로도 나타납니다.

 이 말은 계절적인 봄이 인생의 봄인 사춘기의 격정적 충동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과 관련이 있는데, 봄에는 들뜨기 쉽다는 경계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봄은 새로움·시작을 의미하고, 긴 동면 뒤의 깨어남ㆍ생동감, 봄의 온화하고 화창함에서 오는 흥겨움ㆍ풍류 등을 연상하게 됩니다.

 

 

지난 23일은 날씨가 더운 느낌이었어요. 외국인들은 반팔 차림이었습니다

 

 

 

 

 

 

 

 

 내친 김에 '봄'의 어원(語原)에 대해 찾아보았습니다. 봄은 농경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생겨난 명사로 보입니다. 유목민족 시대에는 여름과 겨울의 이분법(二分法)인데, 농경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분법(四分法)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봄과 가을은 농경과 관련된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작고한 국문학자 서정범 선생의 <어원별곡(語源別曲)>에 따르면 일본어에서 haru(春)는 parur가 변한 말이고, 어근은 par인데, pat으로 재구(再構)된다고 했습니다. 몽고어에서는 on(春)이고 중세 몽고어에서는 hon입니다, 이는 pon이 hon으로 되고 다시 on으로 변한 말이라는 것이지요. pon의 조어는 pot에서 pon으로 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봄이라는 말은 ‘볻〉볼 - 옴〉보롬〉보옴〉봄’의 변천입니다. 일본어 haru는 국어의 ‘볼’과 비교됩니다. ‘볼’은 ‘볻’이 조어가 되는데, 여자의 성기명(性器名)의 기원이 된다고 합니다. ‘불’은 불두덩, 불알과 같이 씨(種)의 뜻을 지닙니다. 봄은 씨를 뿌리는 계절의 뜻을 지니는 말입니다. 따라서, ‘봄’이라고 하는 말은 농경사회가 발달함에 따라 생겨난 말이라 여겨집니다.

 

 


 

 


 봄에 관한 속담이 뭐가 있나 하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을 뒤져보았습니다. 

 

▶<봄 꿩이 제 바람에 놀란다.>

 ☞ 자기가 한 일에 자기가 놀람.

▶<봄 보지가 쇠 저를 녹이고 가을 좆이 쇠판을 뚫는다.>

 ☞ 봄에는 여자가, 가을에는 남자가 춘정(春情)이 높아짐.

▶<봄 꿩이 제 울음에 죽는다.>

 ☞ 꿩이 소리를 내어 자기가 있는 곳을 알려 죽게 된다는 뜻으로, 제 허물을 제가 드러냄으로써 화를 스스로 불러옴.

▶<봄도 한철 꽃도 한철>

 ☞ 북한말. 봄꽃도 한때

▶<봄 돈 칠 푼은 하늘이 안다>

 ☞ 농촌에서는 봄에 돈이 매우 귀함.

▶<봄 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

 ☞ 먹을 것이 궁한 봄철에 해는 길고 출출하니 점잔만 빼고 들어앉은 샌님도 떡을 먹고 싶어 한다는 뜻으로, 봄에는 누구나 군것질을 좋아함.

▶<봄 떡은 버짐에도 약이라>

 ☞ 북한말. 봄 떡은 버짐에 약으로 쓸 만큼 소중하다는 뜻으로, 봄철에는 식량이 귀하다는 말.

▶<봄 방 추우면 맏사위 달아난다.>

 ☞ 봄철에 방이 추우면 견디기 힘듦.

▶<봄 백양 가을 내장>

 ☞ 봄에는 백양산 비자나무 숲의 신록이, 가을에는 내장산의 단풍이 절경이라는 말.

▶<봄 사돈은 꿈에도 보기 무섭다.>

 ☞ 대접하기 어려운 사돈을 춘궁기에 맞게 되는 것을 꺼려함.

▶<봄 소나기 삼 형제>

 ☞ 북한말. '소나기 삼 형제'의 북한 속담.

▶<봄에 깐 병아리 가을에 와서 세어 본다.>

 ☞ ① 봄에 깬 병아리를 중병아리가 되는 가을에 가서야 그 수를 헤어 본다는 뜻으로, 이해타산이 어수룩함. ② 북한말. 벌여 놓은 일을 제때에 처리하지 못하고 게으름을 부리다가 뒤늦게 처리하느라고 바삐 돌아감.

▶<봄에는 생말가죽이 마른다.>

 ☞ 북한말. 봄철에는 일반적으로 날씨가 매우 메마름.

▶<봄에 씨 뿌려야 가을에 거둔다.>

 ☞ 북한말. 어떤 일이든지 제때에 대책을 세우고 공을 들여야 그만큼 성과를 거두게 됨.

▶<봄에 이붓애비 제 지낼가.>

 ☞ 북한말. '가을에 내 아비 제도 못 지내거든 봄에 의붓아비 제 지낼까'의 북한 속담.

▶<봄에 하루 놀면 겨울에 열흘 굶는다.>

 ☞ 북한말. 한 해 농사의 첫 시작인 봄철에 씨를 뿌릴 때에 게으름을 부리면 그만큼 농사가 안되어 열흘을 굶는다는 뜻으로, 봄철 농사가 매우 중요함.

▶<봄 조개 가을 낙지>

 ☞ ① 봄에는 조개, 가을에는 낙지가 제철이라는 뜻으로, 제때를 만나야 제 구실을 하게 됨. ② 북한말.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물건.

 (국립국어원 : <표준국어대사전>)

 

 어쨌든 기나긴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되니 몸이 가볍게 느껴지고 매일이 즐거운 기분입니다. 좋은 날씨가 연이어 지고 이번 주말에는 조금 덥겠다는 보도도 접했습니다. 다가오는 주말은 마음껏 즐기는 봄날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