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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살기 위해, 뇌는 낙관주의를 선택한다『설계된 망각』

by 언덕에서 2013. 8. 8.

 

 

 

살기 위해, 뇌는 낙관주의를 선택한다『설계된 망각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주커버그의 성공담을 들으면, 뇌는 마치 우리 역시 하루아침에 엄청난 갑부가 될 것 같은 가능성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혼할 확률이 50퍼센트에 육박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우리의 결혼 역시 실패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떠올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뇌 속 뉴런은 낙관을 키울 수 있는 정보는 충성스럽게 부호화하지만 그렇지 못한 정보는 통합시키지 않기 때문이다. 즉 우리의 뇌 속에는 미래에 대한 긍정적 사고를 강화하지 않는 데이터를 ‘몰래 지워버리는’ 망각이 설계되어 있다.

 2011년 5월 말에 발행된 시사주간지 《타임》의 메인 테마는 ‘낙관주의의 힘’에 관한 기사였다. 기사 내용은 이 책 『설계된 망각(원제: The Optimism Bias, 낙관 편향)』을 바탕으로 꾸려졌고, 저자인 탈리 샤롯의 인터뷰 내용도 함께 실렸다. 탈리 샤롯은 그간의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계된 망각』을 집필했고, 이것이 《뉴스위크》 《보스턴 글로브》 《타임》 《월 스트리트 저널》 《뉴 사이언티스트》 《워싱턴 포스트》뿐만 아니라 BBC에서도 대서특필되면서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자로 명성을 얻었다.

 

 

 

 최근 10년 동안 과학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으로 발달한 분야는 바로 뇌과학 분야라고 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최신 연구 사례와 이론들이 속속 논문과 단행본 형태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이 책은 그 결과물들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흥미로우며 재미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책『설계된 망각』은 인간의 낙관주의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뇌 자체가 무척이나 낙관적인 성향을 갖고 있고, 그렇게 진화되어 왔으며, 이것이 인류 역사 발전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낙관주의를 잃지 않기 위해 뇌가 어떤 꼼수를 통해 기억을 조작하고 망각시키는지를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알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뇌가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어 있기 때문에 인간은 본능적으로 낙관주의자가 되기 쉽다. 따라서 뇌는 불행 속에서도 행복을 떠올리는 편향적 시각을 지시한다. 뇌는 우리가 만나는 사건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고 스스로의 결정을 신뢰하도록 배선되어 있다. 왜 우리의 뇌는 이런 식으로 배선되었을까? 진화 과정에서 낙관주의가 선택된 것은 바로 긍정적 기대가 생존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낙관주의자들이 더 오래 살고 더 건강하다는 사실, 대부분의 인간이 낙관 편향을 보인다는 통계, 낙관주의가 특정 유전자와 연결된다는 최근 데이터 모두가 이 가설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미래가 과거와 현재보다 한결 나을 거라는 믿음이 ‘낙관 편향’이다. 이는 인종, 지역, 사회경제 계층을 막론하고 어디에나 있다. 철모르고 뛰어노는 아이들도 못 말리는 낙관주의자들이지만, 다 큰 어른들도 크게 다를 게 없다. 2005년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예순을 넘긴 어르신들도 젊은이들과 똑같이, ‘컵의 반이 채워져 있다’고 믿는 낙관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잠시 눈을 감고 지금부터 5년 뒤에 스스로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해보면, 나도 모르게 낙관적으로 편향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라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자기계발서를 너무 많이 읽어서 긍정적으로 편향된 것이 아니라, 낙관주의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인간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 안에 내장되었을 거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뇌가 미래의 행복과 성공을 과잉 예측하도록 진화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건강과 진보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낙관주의 속에 담겨 있는 허와 실

 

 이 책『설계된 망각』에서 탈리 샤롯은 낙관 편향이 미래에 틀림없이 닥쳐올 고통과 고난을 정확하게 지각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보호하고, 인생의 선택권을 제한된 것으로 보지 않도록 우리를 지켜준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런 낙관 편향을 유지하기 위해 뇌가 무의식적인 망각을 설계해두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인간 뇌의 조직 방식이 낙관적 믿음에 능력을 부여하여 우리가 주위 세계를 보는 방식과 그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바꿈으로써, 낙관을 자기충족적 예언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낙관주의가 없었다면 최초의 우주선은 뜨지 못했을 것이고, 중동의 평화도 결코 시도되지 못했을 것이고, 재혼하는 사람도 전무할 것이고, 우리 조상들은 감히 부족을 떠나 멀리까지 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낙관 편향에는 좋은 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함정도 있을 수 있다. 당초 예상보다 10년이 더 걸려 건축되는 바람에 막대한 시간적 금전적 손실을 가져왔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건축의 사례나, 히틀러가 공격할 리 없다는 낙관적 믿음 때문에 결국 침공당한 구소련의 지도자 스탈린의 사례도 과도한 낙관주의가 불러올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경종을 울린다.

 이처럼 낙관주의는 불합리할 뿐더러 원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면 여전히 희망에 차서 낙관주의의 열매를 따먹는 동시에 그것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삶에서 거의 모든 것이 그렇듯, 중용이 열쇠이다. 앞에 놓인 장애물을 어느 정도 과소평가하면, 덕분에 우리는 힘차게 앞으로 뛰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위험과 불운을 우리와 무관한 것으로 가정하고 완전히 무시해버리면, 장애물이 실제로 눈앞에 들이닥쳤을 때 당황하기 쉽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한 적절한 표현대로, 결론은 “낙관주의는 적포도주와 같다. 다시 말해, 하루 한 잔은 좋지만, 하루 한 병은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과격한 낙관주의는 과도한 음주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건강뿐 아니라 호주머니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이를 통해 자신 안에 숨겨진 낙관적 착각을 깨닫고, 과도한 낙관주의로 인해 맞닥뜨리게 될지 모를 문제들에 맞서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컵은 여전히 반만 채워져 있다. 그렇다면, 균형을 유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우리가 계속 건강할 거라고 믿지만 어쨌든 건강검진을 받고, 태양이 빛날 거라고 확신하지만 나가는 길에 우산을 챙기면 된다. 그냥 만약을 위해서 말이다.

 

 

 

 

 

 

☞탈리 샤롯(Tali Sharot) : 이스라엘에서 출생해 텔아비브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뉴욕대학교에서 심리학과 신경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첫번째 책《기호와 선택의 신경과학Neuroscience of Preference and Choice》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신경과학과 관련해 연구해온 낙관주의, 기억력, 감정, 의사선택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뉴스위크><보스턴 글로브><타임><월 스트리트 저널><뉴 사이언티스트><워싱턴 포스트>뿐만 아니라 BBC에서도 대서특필되면서 신경과학 분야 전문가로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현재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 지각, 뇌과학 연구 분과의 교수진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