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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문화의 선한 블로그『지식채널ⓔ 8』

by 언덕에서 2013. 5. 28.

 

 

 

문화의 선한 블로그지식채널ⓔ 8 

 

 

 

2005년 9월, 〈1초〉와〈베이비 사인〉을 주제로 한 5분짜리 동영상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우리 주변에서 1초 동안 일어나는 일을 소재로 한 첫 방송 이후 자연nature, 사회society, 과학science, 경제economy, 인간human 등 ‘e’를 키워드로 한 영상이 매주 두 편씩 방송되었다. 그것이 EBS 방송의〈지식채널e〉의 시작이다.

 그리고 2013년 4월, 〈지식채널ⓔ〉는 햇수로 7년을 넘기며 1000회 방송을 맞았다. 그리고 〈지식채널ⓔ〉를 근간으로 방송과 도서의 새로운 융합을 선보이며 2007년부터 출간되기 시작한 인문시리즈 『지식ⓔ』는 현재까지 시리즈 8권, ‘100만 부’ 판매를 기록했다 (나는 8권부터 거꾸로 7권, 6권... 이렇게 1권까지 읽을 계획이다). 방송이 강렬한 영상과 음악, 간결한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울림을 주었다면, 책은 방송에서 보여준 짧은 메시지에 당대의 시사적인 이슈와 인문학적 해설을 덧붙임으로써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지식’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선보였다. 그리고 매년 1-2권의 시리즈를 더하며 인문분야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린다.

 

 

 

 오늘 소개하는 《지식 e》 8권의 주제는 ‘국민의 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 for the people’이다. 이는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비롯된 것으로 정치가 어떠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근본적인 이념일 것이다. 특별히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정치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새겨 30가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먼저 1부에서는 아래로부터의 역사’를 기술한 역사가 에릭 홉스봄, 신자유주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협동조합을 다룬 ‘클럽 그 이상의 클럽’ FC바르셀로나, 누가, 왜 행사하는지에 따라 악법도 될 수 있고 관용도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면권 등을 통해 국가 권력의 근간이자 주권자인 국민을 이야기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국민에 의해 이루어지는 정치,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의 참모습을 보여주며, 영국 정치계의 바이블이자 유권자에게 스스로 기회를 잡도록 한 2파운드짜리 베스트셀러 ‘매니페스토’부터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스웨덴 국민의 아버지 타게 에를란데르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망라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For the people을 주제로 늙은 아버지의 생애 마지막 노동인 아파트 경비원을 다룬 ‘슈퍼맨의 비애’와 코리안 드림의 그늘이자 조선족 아이들이 앓고 있는 ‘가슴병’, 자살유가족들을 이야기한 ‘남겨진 사람들’과 빈곤, 가족해체, 고독사로 이어진 ‘무연사회’까지, 정치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다. 이에 더해 미국 최초의 사회적 기업을 다룬 ‘Game Not Over’와 프랑스 시민교육을 다룬 ‘그 나라의 교과서’ 그리고 지상에 파라다이스를 만들고자 했던 오스트리아 화가이자 생태주의 건축자 훈데르트바서의 ‘이상한 창문’을 통해 국민들을 위한 삶의 희망의 싹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국가뿐 아니라 국민과 국민이 상생하는 서른 가지 해법을 이야기한다


 영화감독 임순례는 이 책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평을 쓰고 있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서른 가지 이야기는 국민과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과 국민이 서로 상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해답을 던져준다. 이 책을 통해서 사회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강구했던 선구자들의 지혜와 용기 그리고 끈기가 우리에게 전해지기를 그리고 그 풍요로운 생각이 작은 실천으로 안내하는 오솔길이 될 수 있기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시리즈 8권을 맞은 『지식ⓔ』의 주제는 ‘국민의 of the people, 국민에 의한 by the people, 국민을 위한 for the people’이다.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비롯된 이 문장은 민주정치의 기본이념을 이야기할 때 첫 번째로 언급되는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2013년, 국민과 국가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는 의미에서 이 세가지를 키워드로 삼았다고 한다.

‘아직/아무것도 끝나지 않았고/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로 시작되는 프롤로그는 신발履, 지날歷, 기록書 즉 이력서에 관한 이야기다. 숫자들로 요약되는 삶의 높이와 어디에도 기록할 수 없는 맨발의 시간, 누군가에겐 한평생의 기록이지만 누군가에겐 한순간의 채점표에 불과한 ‘신발을 신고 온 기록’은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가 느끼는 현실일지 모른다.


  이 책에는 사면권, 빅 데이터, 매니페스토, 무연사회 같은 익숙한 이슈들도 있지만, 최초 한글전용 잡지 <뿌리 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화가 김환기, 건축가 정기용, 친일인명카드를 만든 임종국,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등 사회 부조리와 독재 정권의 폭력에 맞서 싸웠던 인물들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뿌리 깊은 나무>의 발행인 한창기 선생은 긴급조치가 맹위를 떨치던 1976년에 잡지를 창간하여 토박이 민중문화를 알리고 관심을 촉구하는 데 앞장섰다. <뿌리 깊은 나무>는 결국 1980년 신군부에 의해 폐간되고 말았지만, "세상에서 서기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 목소리 큰 사람이야 얼마든지 많은데 작은 것을 꼼꼼히 기록하고 변함없이 사랑하는 사람은 드물다."(p.95)던 그의 꼿꼿한 정신은 아직까지도 남아 독립잡지, 독립 언론을 만드는 사람들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


 아울러 리처드 파인만, 펄 벅, 파브르, 나혜석 등 유명한 사람의 숨겨진 일화도 소개되어 있다. 펄 벅은 1962년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설 <살아있는 갈대>의 자료조사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버려진 미국계 혼혈아들의 현실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은 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10여 개 국에 기관을 세워 혼혈아동을 양육하고 지원하였다. 우리나라의 해외입양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과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기에 절정에 달했는데, 그 수만 연 9,000명에 달했고 당시 한국이 해외입양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은 매해 2,000-4,000만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기업이 100만 달러 수출만 해도 훈장을 받던 시절에 정부는 소외계층 자녀를 해외입양 보냄으로써 사회복지 비용을 줄이고, 벌어들인 돈은 경제에 재투자하며 경기를 부양했다. 펄 벅을 그저 <대지>의 작가로만 알았는데, 그녀를 통해 해외입양의 어두운 역사와 이면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들의 아픈 곳을 찌른다. 옛 만주지역이었던 지금은 연변이라 불리는 곳은 20세기 전후 살기위해 쫓기듯 제 나라를 떠나 일구었던 황무지이다. 이들의 후손을 오늘 우리는 ‘조선족’이란 부른다. 다분히 인종적 폄하가 담긴 언어이다. 그들의 70%가 독립운동가들의 후손이라면 우리들은 어떻게 답해야 할까? 남한에 남아서 경제적 부를 영위하는 이들은 대부분 친일파의 후손들인데 말이다.

 미국의 인류학자 ‘데니스 P. 렛’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는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 “한국의 아파트 경비원은 낮은 임금에 고용된 하인에 가깝다.” 이 한마디에 오늘날의 우리 한국의 사회구조가 담겨있지 않는가?  

 

 

  바로 위의 사진의 편지 내용처럼 내가 쓴 이 포스팅으로 발생한 기금 3만원은 태국 메솟 난민을 후원하는데 쓰인다.  그저 지식과 교양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라, 몰랐던 역사를 알게 하고, 잘못 알려진 역사를 바로잡고, 현재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즉 시대정신에 대해 일깨워주는 책 <지식e>. 앞으로도 시리즈가 계속 이어져서 일상에 지치고 생계에 쫓겨 잊기 쉬운 문제들에 대해 환기해주고, 사람들의 가슴 속의 꺼진 불씨를 되살려주길 바란다. 탑스피커스(TOP SPEAKERS)의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