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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피츠 제럴드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by 언덕에서 2013. 2. 27.

 

피츠 제럴드 장편소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미국 작가 F.S. 피츠 제럴드의 장편소설로 1925년 발표되었다. 미국 중서부의 노스다코타주에서 빈농으로 태어나 입신출세를 꿈꾸는 순박하고 근면한 개츠비의 이야기를, 같은 지방 출신인 니크라는 청년의 입을 통해서 전달하는 형식으로 된 소설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은 전후 복구에 매달려 있던 유럽과 달리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 주식의 수익 증가율은 108퍼센트에 달했고 기업의 이익은 76%, 개인 수입은 33%나 늘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성장의 그늘에는 도덕적 타락과 부패가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었다. 밀주업자와 갱단이 판을 치고, 온갖 사치와 향락이 난무하던 이 시기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 『위대한 개츠비』에는 다양한 인물 군상이 등장한다. 폴로경기를 하려고 다른 도시에서 말을 한 떼나 끌고 오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톰 뷰캐넌과 남편의 부정을 알면서도 눈앞의 안락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는 데이지 뷰캐넌, 그리고 골프 시합에서 부정을 저질러 우승하고도 태연한 조던 베이커 등은 당시 미국 사회의 현실이 투영된 인물들이다.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시선 앞에 놓인 이들은 한결같이 도덕적으로 타락한 부르주아로 혐오감을 자아내지만 개츠비만은 다르다. 비록 그의 외양은 허식으로 치장되어 있지만 꿈과 환상을 간직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서 온갖 희생을 무릅쓴다는 점에서 개츠비는 ‘위대하다’고 할 수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닉은 중서부에서 뉴욕으로 건너와 교외에 작은 집을 빌려 살고 있다. 그의 이웃에 제이 개츠비라는 인물이 살고 있었는데, 그의 호화로운 대저택에서는 연일 성대한 파티가 끊이지 않았다.

 개츠비는 가난했던 젊은 시절 데이지를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가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사이에 그녀는 부유한 톰과 결혼해 버렸다.

 단순한 남자였던 개츠비는 데이지의 변심이 돈 때문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갖은 고생을 다하여 굉장한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집 근처에 대저택을 마련하여 매일밤 파티를 열며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하였다.

 그러나 생각대로 일이 잘 풀리지 않고 있던 중 우연히 닉이 데이지의 친척이라는 것을 알게 된 개츠비는 닉에게 도움을 청해 그녀와 만났다. 그 즈음 남편 톰에게 정부(情婦)가 있음을 알게 된 데이지는 질투심에 불타서 톰의 관심을 끌기 위해 그녀에게 호의적인 개츠비에게 접근하는데, 순진한 개츠비는 그녀의 다정한 태도에 사랑을 되찾았다고 확신해 버렸다.

 그러나 그의 행복한 시간은 짧았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뉴욕으로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개츠비의 차를 운전하던 데이지가 톰의 정부를 치고 달아나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개츠비는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데이지를 위해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이로 인해 톰으로부터 오해를 받게 되어 그의 총을 맞았다. 그에게 향한 데이지의 사랑은 영원하리라고 생각하면서.

 그런데도 데이지는 그의 장례식에 모습을 내보이지도 않고 남편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개츠비의 사랑은 공허하고 덧없는 것이었다. 닉은 이런 동부의 현실에 염증을 내고 고향인 중서부로 귀향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가난에 시달리고, 연인으로부터 적은 수입 때문에 파혼당한 경험이 있는 저자 피츠제럴드 역시 평생 부와 명예에 허기진 채 쾌락을 좇는 삶을 추구했다. 그에게 있어 ‘삶은 인간에게 너무 거세고 무자비한 것’이었다. 이처럼 비극적인 삶의 의미를 비록 금방 깨어질 것이라도 낭만적 환상을 통해 극복해 보려고 한 피츠제럴드의 태도는 그의 소설『위대한 개츠비』에 고스란히 형상화되어 있다.

 과거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자신의 꿈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개츠비가 보여주는 낭만적 환상이나 이상주의는 미국 사람의 의식에 깊은 흔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상상력이나 문화의 일부가 되다시피 하였다. 미국인들은‘개츠비적(Gatsbyesque)’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이제 여러 사전에 정식 등재된 이 형용사는 낭만적 경이감에 대한 능력이나 일상적 경험을 초월적 가능성으로 바꾸는 탁월한 재능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당초 피츠제럴드1는 7만 5천 부 이상의 판매를 기대했으나 1925년 4월 1쇄로 2만 부를 인쇄한 뒤 8월에 3천부를 추가로 찍는 것에서 그쳤다. (1940년 피츠제럴드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받은 1/4분기 인세는 단 7부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이 2쇄도 매진되었다던 세간의 소문과는 달리 피츠제럴드가 죽은 뒤 스크리브너스의 창고에서 많은 권수가 발견되었다. 이처럼 실망스러운 판매 결과를 두고 피츠제럴드는 스스로 생각하기를, 지금에 와서는 터무니없지만, 밋밋한 제목과 중요한 여성 캐릭터의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고 한다. 1934년 하드커버로 재출간한 적이 있으나 이때 역시 피츠제럴드는 신작 『밤은 부드러워』의 출간과 맞물려 『위대한 개츠비』에는 거의 신경 쓰지 못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세간에서 잊혀져가던 『위대한 개츠비』는 1941년 작가의 유작 『마지막 거물』의 출간과 맞추어 재출간된 후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중과 비평계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게 된다. 이후 『위대한 개츠비』는 해마다 스크리브너스의 판본만 미국에서 30만 부 이상이 팔려 나가는 부동의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게 되었으며, 이 시점부터 부정확한 판본의 문제 또한 제기되었다. 

 

 

 

  1. 피츠제럴드는 1896년 9월24일, 멋쟁이 신사인 아버지 에드워드와 식료품 도매업으로 성공한 아일랜드 이민자 집안 출신의 어머니 몰리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에드워드는 젊은 시절 부를 찾아 서부행을 택했지만, 손대는 사업마다 실패하고 결국 처가에 얹혀살았다. 외모나 기질 모두 아버지를 닮은 피츠제럴드는 대영제국에서 건너온 가문의 후예라는 점에서 아버지에게 자긍심을 느끼는 한편, 처가살이로 주저앉은 무능하고 가난한 아버지에게 수치심을 느꼈다고 한다. 어머니에 대해서는 부끄러움만을 회고한다고 했다. 미적 감수성이나 댄디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촌스러운 아일랜드계 핏줄을 거부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의 부모는 아들을 상류 계층에 입성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최고급 주택가 근처로 이사하고, 상류층 자제들과 함께 무용교습을 받게 하는가 하면 명문 세인트 폴 아카데미에 진학시켰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아들을 ‘꽃보다 남자’의 금잔디처럼 키우고 싶었던 셈이다. 그러한 노력이 성공했다고 해야 할까? 피츠제럴드는 미국 최상위 계층이라고 할 만한 시카고 은행가의 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는 그저 여러 장난감 중 하나에 불과했다. 가난과 한미한 집안을 이유로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다른 유력 집안의 아들과 결혼한다. 소설 ‘위대한 개츠비’ 전편에 깔려 있는 주인공의 부와 성공에 대한 열망, 신분 높은 미녀에 대한 열망은 사실상 피츠제럴드의 경험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