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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장편소설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by 언덕에서 2012. 12. 12.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장편소설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이탈리아 기호학자ㆍ철학자ㆍ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1932∼2016)의 첫 장편소설로 1980년 출판되었다. 중세를 무대로 한 추리소설로, 이탈리아에서 1년 사이에만도 판매 부수가 50만 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장미의 이름」은 40여 개 국가에서 번역되었고, 모든 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어 전 세계적으로 2,000만 부의 판매고를 올렸다. 프랑스의 메디치 외국문학상, 이탈리아의 스트레가상 수상작. 한국에서도 1986년 번역ㆍ출판되었으며, 1987년 프랑스의 영화감독 장 자크 아노(Jean-Jacques Annaud)에 의해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리학과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의 신학,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의 경험주의 철학뿐만 아니라 현대의 기호학 이론이 무르녹아 있는 생생한 지적 보고(寶庫)로서, 새로운 의미의 현대적 고전으로 평가된다. 특히 작가의 해박한 인류학적 지식과 기호학적 추리력이 빈틈없는 구성과 조화를 이루어 출간과 동시에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기호학자ㆍ철학자ㆍ역사학자인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 .1932∼2016 )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1327년 겨울, 멜크 수도원의 젊은 수련사 아드소는 사부인 프란체스코회 수도회의 박식한 수도사 윌리엄과 함께 황제가 내린 임무를 띠고 베네딕트 수도원에 도착한다. 수도원 원장은 윌리엄에게 장서관에서 일하던 수도사 아델모가 시체로 발견된 경위를 이야기하며 교황측 조사관이 오기 전에 사건의 전모를 밝혀달라고 한다. 윌리엄은 수도원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아델모의 죽음을 추론해나간다. 장서관 사서인 말라키아에게 장서관의 열람을 요청하나 거절당한다.

 이튿날, 그리스어 번역가인 수도사 베난티오가 시체로 발견된다. 윌리엄은 장서관의 내력을 알아내고, 아드소와 함께 몰래 장서관으로 잠입한다. 이들은 장서관의 규모와 분위기에 놀라고, 미궁 같은 구조 때문에 그곳을 빠져나오는 데 무척 애를 먹는다. 아침기도 시간에 보조사서 베렝가리오가 보이지 않자 모두들 찾아 나서고, 아드소는 혼자 장서관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젊은 여인을 만나 함께 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드소는 윌리엄에게 그 일을 고해하고 함께 교회를 지나다가 베렝가리오의 시체를 발견한다. 윌리엄은 베렝가리오의 혀가 검게 변색된 것을 발견한다.

 아드소는 이름도 모르는 여자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녀는 마녀로 몰려 체포된다. 뒤이어 이상한 서책을 발견했다고 윌리엄에게 소식을 알려온 수도사 세베리노가 시체로 발견되고, 마지막으로 장서관 사서 말라키아 역시 손가락과 혀가 검게 변한 채 죽는다. 새로운 장서관 사서 니콜라에게 수도원 원장과 늙은 수도사 호르헤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윌리엄은 장서목록을 보고 장서관 사서의 계보를 알아낸다.

 수도원 원장은 살인사건의 조사를 그만두라고 하지만, 윌리엄은 자신의 추론을 체계화하기로 결심한다. 윌리엄은 아드소의 말 속에서 힌트를 얻어 '아프리카의 끝'이라는 밀실을 찾아낸다. 그곳에는 늙은 수도사 호르헤가 있었다. 그는 40여 년 동안 이 수도원의 주인 행세를 하며 이단으로 금지된 서책에 수도사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아온 장본인이었다.

 아델모, 베난티오, 베렝가리오, 세베리노, 말라키아 등은 모두 '웃음은 예술이며 식자(識者)들의 마음이 열리는 세상의 문이다.'라는 내용을 다룬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의 <시학> 제2권의 유일한 필사본이 장서관에 있음을 알고 몰래 읽어보다가 호르헤에게 독살당한 것이다. 윌리엄이 자신의 추론을 이야기하자 호르헤는 감탄하며 독약이 묻은 그 서책을 건네준다. 윌리엄이 장갑을 끼고 그 책을 받아 읽자, 호르헤는 등잔을 넘어뜨리고 <시학>을 빼앗는다. 밀실을 빠져나간 호르헤는 입으로 그 책을 씹기 시작하고 장서관이 있는 교회는 불길에 휩싸인다.

 

영화 [장미의 이름],1987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은 한 사람의 일대기를 쓴 작품으로서,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327년 성자와 이단자가 공존하는 북부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이다. 이 글의 주요 인물은 윌리암 신부와 그의 조수이자 이 글의 화자(話子)인 아드소이다. 이 글은 종교적인 내용을 주로 하고 있으며, 주변 인물들 또한 모두 종교적인 빛깔을 띠고 있다. 또한 이 글은 철학적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 사상은 오늘날의 민주주의 사상의 바탕이 되고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이다.

 이 글 「장미의 이름에 내포된 사상은 아마도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세상은 정체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세상은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인간은 세상을 더욱 인간이 살기 좋게 변화시켜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소수의 안정과 평화보다는 다수의 안정과 평화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할 진정한 세상인 것이다. 만약에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키려 한다면, 제아무리 소수의 힘이 막강하다 할지라도 언젠가는 당연히 다수의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예를 들면, 새로 당선될 대통령의 개혁 정치가 당장은 순탄한 길을 걷겠지만, 만일 그가 그 자신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이용하려 한다면 당연히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이 작품은 중세 이탈리아의 한 수도원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외형상 추리소설의 성격을 띠고 있지만 중세의 신학과 철학 등 서양고전의 다양한 원용과 함께 단순히 과거의 사실을 재생시킨 역사소설과는 달리 당시 중세인들이 인식하던 당대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 탁월한 역사소설이다.

 이 소설의 처음 제목은 '수도원의 범죄사건'이었는데, 알리기에리 단테(Alighieri Dante)의 <신비스러운 장미>나 <장미전쟁><장미십자회> 등에서 보이는 예처럼 역사적으로 누적되어온 '장미'의 상징성을 염두에 두고 '장미의 이름'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작가는 윌리엄과 아드소가 수도원에서 보내는 일주일간의 생활을 통해 중세의 생활상과 세계관, 각 교파간의 이단논쟁과 종교재판, 수도원의 장서관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종교적 독선과 편견이 인간의 자유를 구속하던 14세기 유럽의 암울한 역사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