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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현대소설

헤밍웨이 장편소설『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by 언덕에서 2012. 11. 22.

 

헤밍웨이 장편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For Whom the Bell Tolls)』

 

 

미국 소설가 E.헤밍웨이(Ernest Miller Hemingway.1899∼1961)의 장편소설로 1940년 출판되었다. 1936년 스페인은 인민전선 정부에 의해 제2공화국이 성립되자 파시즘을 앞세운 군부 프랑코를 주축으로 내란이 일어난다. 프랑코는 독일, 이탈리아의 원조를 받아 정부군을 격퇴하고 스페인을 통치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스페인 내란을 배경으로, 작가의 반(反)파시스트 사상이 담겨있다. 이 소설은 이 폭파 임무를 수행하는 3일 동안의 주인공의 경험을 취급한 것이다. 열렬한 공화정부 지지자인 여걸 필러, 기타 개성이 강한 등장인물들이 생동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특히 에스파냐 여자 마리아와의 열렬한 사랑의 장면은 감명 깊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개인과 인류와의 관계, 이 지상의 일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자유의 위기와 전 세계의 자유와의 관계, 개인의 무력함과 연대책임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자진하여 반(反)파시스트 의용군에 참가한 작자 자신의 체험이 토대가 되어 있다. 헤밍웨이는 195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943년에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에서 창립 40주년 기념 작품으로 영화화(게리 쿠퍼ㆍ잉그리드 버그만 주연)하여 호평을 받았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43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스페인에 내란이 일어나자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정부군을 원조하려고 파견된 미국인 청년 로버트 조던은 송림 숲에 몸을 감추고 길 안내를 하는 노인으로부터 발밑에 전개되는 지형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이 두 사람은 ‘정부군의 공격 개시 직후 혁명군의 배후에 있는 철교를 폭파하라’는 지령을 받고 사전 조사 중이었다.

 이 산중에는 공화국에 충성을 맹세한 몇 개의 게릴라 부대가 있었다. 두 사람은 그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파블로 일당과 아름다운 스페인 아가씨 마리아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마을이 혁명군에게 파괴된 후 파블로에게 구조되어 함께 산중생활을 하고 있었다. 조던과 마리아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토요일. 조던은 다른 게릴라 부대의 대장 엘 소르드에게 원조를 청하기 위해 떠났다. 사흘째 월요일. 엘 소르드는 적의 습격을 받고 전멸해 버렸다.

 드디어 마지막 날, 원래의 계획대로 본대의 폭파 개시와 함께 파블로는 혁명군 주둔소를 공격하고, 조던은 마리아 등과 함께 다리를 폭파시킨다. 계획은 성공했지만, 조던이 타고 있던 말이 총을 맞고 쓰러지면서 그는 다리를 다쳐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조던은 함께 남겠다는 마리아를 떠나보내고 홀로 밀려오는 적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다 쓰러진다.

 

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1943

 

 

 작품 속의 로버트 조던은 전형적인 미국 청년이다. 그는 대학에서 스페인어 강사로 근무하던 중 1년 휴가를 얻어 스페인 내란에 참가한 것으로 정부군편에서 파시즘에 대항하여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또한 내란의 피해자인 마리아를 순수한 사랑으로 대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마리아는 19세의 스페인 처녀로 예쁜 얼굴에 새하얀 치아, 가무잡잡한 피부와 까까머리가 유난히 눈에 띄는 인물이다. 그녀는 스페인 특유의 정열적이고 로맨틱한 기질의 소유자로 묘사되어 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과 그들의 나라가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려 처참하게 변해 가는 것을 직접 목격한 그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삶을 ‘승산 없는 싸움’으로 간주하거나, 전쟁에 참가하여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절룩거리는 불구자로 그려 왔다. 그러나 1930년대 경제 대공황과 스페인 내전을 겪으면서 그는 삶을 긍정하고 공동체 의식을 표현하기 시작한다. 특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이르면 주인공은 사회의식과 공동선의 중요성을 자각하게 되고, 그의 마지막 소설 『노인과 바다』에서는 공동체의 가치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김욱동 교수는 “부정에서 긍정으로, 비관주의에서 낙관주의로, 개인주의에서 공동체 의식으로 발전하는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작품이 바로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무엇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제목에서 두드러진다. 헤밍웨이는 17세기 영국 시인 존 던의 시에서 이 제목을 가져왔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라는 이 시에서처럼, 주인공 조던은 개인을 희생하여 공동선을 지키려 하는 헤밍웨이의 주제를 대변한다. 누군가가 죽었음을 알리며 울려 퍼지는 ‘조종’과 같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공동선을 구호로만 부르짖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는 “너라는 존재는 없어. 절대 아무 일도 당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 나도 이 노인도 따지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다만 네 임무를 완수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거든.”이라는 그의 독백에서도 잘 드러난다.

 한마디로 이 소설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이전의 작품들처럼 죽음 앞에 선 인간을 다룬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지만 ‘길 잃은 세대’의 기수로서 주목받으며 개인의 문제에 초점을 맞추던 초기작들과 달리 한층 깊어진 헤밍웨이의 세계관을 접할 수 있는 이 작품은 그 깊어진 사유 못지않게 방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구성 또한 거장의 솜씨임을 유감없이 드러낸다. “70시간 동안에 70년 인생을 살아낼 수 있다”는 소설 속의 말처럼, 불과 사흘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등장인물의 이야기들이 생생한 대화와 플래시백, 독특한 형식의 독백 등을 통해 풍성하고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짧은 문장들에 압축된 놀라운 시간의 무게와 함께 헤밍웨이만의 거침없는 필력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