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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조영남(趙英男)을 위한 변명(辨明)

by 언덕에서 2011. 4. 2.

 

 

 

조영남(趙英男)을 위한 변명(辨明)

 

 

 

지난 3월 22일, 가수 조영남씨가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을 돕기 위한 음악회>에서 민족시인 윤동주 시인의 대표시 '서시'를 가사로 한 노래를 불렀다고 해서 여론의 맹비난을 받았다. 신문기사나 네티즌들의 의견을 살펴보니 '어려움에 처한 일본'을 향한 행사에 그 노래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런데 궁금하다. 애국시인의 대표작을 가사로 한 노래를, <일본을 돕기 위한 음악회>에서 불렀다고 왜 문제가 될까? 사건 당시 많은 네티즌들이 가수 조영남씨에게 비난을 퍼부었다. ‘내가 일본에 부끄럽고 죄송하다‘는 의견, '개념없는 조영남은 친일파'라는 격한 표현도 보았다.

 

 

 

 

 윤동주 시인은 도오시샤(同志社) 대학 영문과 재학 중 1943년 여름 방학을 맞아 귀국 직전 독립 운동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검거되어 2년 형을 받고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 감옥에서 복역 중 1945년 2월 29세를 일기로 옥사한 우리민족 암흑기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당숙인 윤영춘(尹永春)이 확인한 죄목은 ‘사상 불온, 독립 운동, 비일본신민, 서구사상 농후’였다. 일설에 의하면 일본헌병에 의해 생체실험 당한 후 사망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그는 일제의 눈에 가시 같은 존재였다.

 

 일본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일까?

 일본은 고대 삼국시대 이래로 끊임없이 한반도로부터 문화를 전수받으며 국력을 키워왔으면서도 임진왜란, 조선강제병합 등 우리나랑[ 침략과 피해를 주어왔다. 일국의 국모인 명성황후를 난자하여 시해하는가 하면 국제 법에도 없는 군사적 강제에 의한 비합법적 조치로 조선이라는 나라를 멸망시켰다. 강점 기간 동안의 세계역사상 유래가 없는 수탈은 말할 것 없고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그들은 우리백성들을 강제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이 땅의 젊은 여성들을 ‘위안부’라는 명목 하에 그들의 성노리개로 만들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그들은 반성을 하지 않는다. 일본이 아니었으면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대지진으로 불행에 빠진 이웃나라를 돕자는 '인류애 정신'이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가 일본을 저렇게 열심히 도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들은 틈만 나면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며, 또 한편으로는 마음대로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기 때문이다.

 조영남씨를 비난을 하기 전에 그가 왜 이 곡을 선곡했는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다. <일본을 돕기 위한 음악회>에서는 무엇을 불러야 옳을까? 서시가 항일 민족적인 성격의 글이므로 그 자리에서 불러서는 절대 안 될 노래였다면, 과연 그러한 자리에 맞는 노래는 과연 무엇일까? 기미가요나 일본 대중가요?

 조영남씨가 서시를 선곡한 데에는 나름의 목적이 있었을 것이다. 짐작컨대 일본에 대한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에서 서시를 부름으로써 정리되지 않은 역사의 한 대목을 다시금 상기시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웃나라로서 열심히 그들을 도우는 우리에 비해 지나간 과오를 반성하고 사과하지 않는 일본에게 노래로써 시위하고자 한 것이라는 생각이 맞지 않을까?

 

 

 


 우리정부는 교과서 왜곡 및 독도 영유권 주장과 인도적 지원은 분리대응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반응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하다. 임진왜란도, 100년 전 강제침탈도 어이없는 구실을 핑계 삼았다. 왜곡된 교과서로 배운 일본학생들이 그들 국가를 이끌어갈 20~30년 후엔 지금보다 노골적인 공세를 취할 것이다. 국력에서도 정치적, 경제적, 외교력에서도 열세이며 또한 역사를 배우지 않는 우리의 다음세대가 그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KBS가 만든  "힘내라 일본" 구호는 마치 다시 침탈해 달라는 제스처로 보였다면 나의 지나친 상상인지도 모르겠다. 중국 쓰촨성이나, 아이티 지진에 비해 지원해주는 정도가 지나치게 큰 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국격’이란 많이 퍼주는 데 있는 게 아니고 ‘국격’을 지키는 나라에게 올바른 대우를 하는 게 국격이기 때문이다.

 

 조영남씨는 이렇게 대답하면 좋겠다.

 “내가 ‘서시’를 부른 것은 '서시'를 아는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일본을 위해 성금을 내는 것은 좋으나 일제강점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는 일본의 태도를 묵과하지 말자,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의도였다면, 그의 선곡은 아주 잘 된 것으로 평가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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