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詩)를 읽다

강회(江淮)의 우정 / 이시영

by 언덕에서 2011. 2. 1.

 

 

 

 

강회(江淮)의 우정

 

                                                                                    

                                       이시영 (1949 ~ )

 

         

 

 

삼국지 권(券) 10에 보면 오의 진동장군 육항(陸抗)과 진의 도독 양호(羊祜)가 양양(襄陽)에 주둔하면서 적으로서 서로를 넘보면서도 깊은 신뢰로 덕을 나누는 아름다운 장면들이 나온다.

 

 하루는 사냥을 나갔다가 두 장군이 마주쳤으나 엄중히 상대의 경계를 넘지 않았으며 저물어 군중에 돌아와서는 잡은 짐승들 중 오의 화살을 먼저 맞은 것들을 양호가 모두 吳軍에게 돌려보냈다. 이에 대한 답례로 육항은 친히 담가 마시던 좋은 술을 사자에게 보내면서 말했다.

 "양호가 먼저 내게 덕을 베풀었는데 내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양호는 기쁜 마음으로 술을 받아 마시면서 말했다.

 "그 또한 내가 술 마시는 것을 알고 있더란 말이냐?"

 이 때부터 양호와 육항은 사람을 보내 안부를 묻고 지냈는데 어느날 양호가 물었다.

 "육장군께서도 안녕하신가?"

 사자가 대답했다.

 "우리 장군께서 며칠째 병환으로 누워 꼼짝을 못하십니다."

 양호가 말했다.

 "장군의 병은 나와 같을 것이다. 내 이미 약을 지어놓았으니 갖다가 드리도록 하여라."

 여러 장수들이 의심하여 약을 들지 말라고 했으나 육항은 이에 대해 털끝만한 의심도 하지 않았다.

 "어찌 양숙자(襄叔子)가 사람을 독살하겠는가?"

 양호가 보내준 약을 먹고 육항의 병이 나았다.

 "저쪽에서 오로지 덕으로 대하는데 나는 오로지 폭력으로써만 대해서야 되겠느냐? 지금은 마땅히 각자의 경계를 지켜야 할 뿐, 작은 이익을 구하려 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얼마 후 오주는 사자를 보내 육항의 병권을 박탈하고 사마(司馬)로 그 벼슬을 강등시켰으며 좌장군 손익(孫翼)에게 대신 군사를 통솔하게 했다. 신하들 중 아무도 간하지 못하였다고 한다. 양호도 그 후 벼슬을 내놓고 고향에 돌아가 죽었다. 남주(南州, 형주) 백성들은 양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가게문을 닫고 울었다. 그리고 그가 즐겨 놀던 현산(峴山)에 사당을 짓고 비를 세웠는데 오가는 사람들이 모두 그 비문을 읽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

  

* 나관중 지음, 황석영 옮김 [삼국지 10] (창작과 비평사 2003) 218~25 면을 참조하여 문장 일부분을 수정함

 

 

- 시집 <만월(滿月)>(창작과비평사.1976) 

 


이시영 시인이 쓴 위의 시를 읽노라면 백아절현(伯牙絶絃)이란 고사성어가 생각납니다.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백아절현이란 이해관계에 따라 친구를 사귀거나 친구를 배신하는 현대사회의 이기적인 모습에서 진실한 우정을 생각하게 하는 고사성어입니다. 또한 깊은 속마음까지 서로를 알아주고 위하는 완벽한 우정을 비유할 때도 인용되지요. 줄여서 절현이라고도 하며, 백아파금(伯牙破琴)이라고도 합니다. 비슷한 말은 지음(知音), 고산유수(高山流水 : 높은 산과 그곳에 흐르는 물이라는 말로, 아주 미묘한 음악, 특히 거문고 소리를 이르거나 知己를 비유하는 뜻), 이며 지기지우(知己之友), 지란지교, 금란지교, 문경지교, 교칠지교 등도 비슷한 의미군요.

 

 고사의 내용은 이러합니다.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수로 이름 높은 백아(伯牙)에게는 그 소리를 누구보다 잘 감상해 주는 친구 종자기(鐘子期)가 있었지요. 백아가 거문고를 타며 높은 산과 큰 강의 분위기를 그려내려고 시도하면 옆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종자기의 입에서는 탄성이 연발했다고 전합니다.

“아, 좋구려. 하늘 높이 우뚝 솟는 그 느낌은 마치 태산(泰山)같소.”

“음, 훌륭하오. 넘칠 듯이 흘러가는 그 느낌은 마치 황하(黃河)같구려.”

 두 사람은 그토록 마음이 통하는 연주자였고 청취자였으나 불행히도 종자기는 병으로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백아는 절망한 나머지 거문고의 줄을 끊고 다시는 연주하지 않았다고 전하지요. 지기(知己)를 가리켜 지음(知音)이라고 일컫는 것은 이 고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원문】伯牙鼓琴 鍾子期聽之 知在太山 則巍巍 志在流水 則曰湯湯. 子期 死 伯牙絶鉉 痛世無知音者 (呂氏春秋)

 

 

 

370

 

'시(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화(梅花)를 아시나요? / 매화  (0) 2011.03.11
사랑이 어떻더니 / 작자 미상  (0) 2011.03.05
초겨울 주변 / 마종기  (0) 2010.12.11
자취 / 이시영  (0) 2010.10.30
추석 ( 秋夕 ) / 신석정  (0)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