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주변
마종기(1939 ~ )
겨울은 맨 먼저
혼자 쓸쓸히
내 팔짱에 오고
조용히 바람 소리 내고
손바닥에 흘러내린다
내가 좋아하던 나그네는
벌써 빗장을 걸고
잠이 들었지.
때없이 허허로움은
늦저녁 긴 그림자 같다.
그림자 밟고 가는 구둣소리 같다.
용기가 없어도
오다가다 인사를 하자.
본적도 주소도 같은 시내에서
고개를 들면
나는 추위에
몸을 살핀다
갑자기 날씨가 많이 추워졌습니다. 거리에는 캐롤송이 들리고 바야흐로 세모로 접어드는 모양입니다. 많은 것을 계획하고 시작한 한 해였는데 지나놓고 보니 그 여느해처럼 꿈만 꾸다가 지나간 한 해였네요.
얼마전 어릴 때 같은 동네에서 놀던 친구가 죽었습니다. 평소 경미한 고혈압 외에는 아픈 곳도 별반 없었는데 스트레스로인한 뇌출혈로 급사했지요. 많은 것들을 생각한 한 주였습니다. 많이 가진다는 것, 이룬다는 것, 명예라는 것 모두 구름같은 허상입니다. 내가 죽었을 때 단지 내가 세상에 없다는 것 말고 어떤 일이 더 벌어질 수 있을까? 상상해보았습니다. 공기 중에 뿌려지거나 멀어져 간다는 게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지는 않군요. 하지만,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나이가 아주 많이 든 사람은 흥미로우니까... 날씨가 위의 시처럼 쓸쓸합니다. 저의 집에 찾아오시는 반가운 여러분들, 항상 건강하세요.
32
'시(詩)를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이 어떻더니 / 작자 미상 (0) | 2011.03.05 |
---|---|
강회(江淮)의 우정 / 이시영 (0) | 2011.02.01 |
자취 / 이시영 (0) | 2010.10.30 |
추석 ( 秋夕 ) / 신석정 (0) | 2010.09.20 |
문태준 - 일가(一家) (0) | 2010.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