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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by 언덕에서 2009. 11. 21.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종교인·민족운동가 함석헌(咸錫憲.1901∼1989)이 쓴 역사해설서이다. 함석헌이 삼십대 초반(1932∼1933) 「성서조선(聖書朝鮮)」에 연재한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를 모태로 했는데 초고에서는 한국역사에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확인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하는 목적이 보다 컸었던 듯 하나, 한국이 해방된 이후 재간을 위해 원고를 수정하면서 교파주의에 매몰되지 않는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제목으로 바꾸었다. 거기에 6.25 이후의 역사에 관한 장을 한 장 새로 더하고 한자 글자를 좀더 덜어내어 낸 책이다.

 함석헌은 한국의 역사를 '고난의 역사'라고 정의하면서, 고난에 좌절하거나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하여 장차 한국을 보다 높은 차원의 단계로 상승시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아울러 세계인류사 역시 고난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이 그중 다른 어떤 나라보다 고난스러운 경험을 많이 가졌고 또 극복하여 왔으므로, 앞으로 진리의 세계가 올 때에는 반드시 그러한 경험을 자산으로 하여 세계의 중심국가로 부상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하였다.

 

 

종교인 ·민족운동가 함석헌 (咸錫憲.1901∼1989)

 

 

 함석헌은 무교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우찌무라 간조의 제자이다. 그는 스승이 전해준대로 성서를 해석했고 그 가운데에서 우리나라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발견했다. 그래서 나온 책이 바로 이 책의 전신인 『성서적 입장에서 본 조선역사』라는 책이다. 그러나 그는 “언제까지나 남의 종교를 믿을 수는 없었다.”고 보고 스승 우찌무라 간조가 전해준 무교회 신앙에서 벗어나 그것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세계주의와 과학주의”에 입각하여 하나님의 말씀인 “성서”를 “뜻”이라는 단어로 대치하였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로 이름이 바꿔 출간하였다.

 함석헌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우리 스스로를 제대로 알 것을 깨우쳐준다. 그리고 우리를 사랑하지 않고 과거 역사에서 반복했던 것처럼 사대주의로 빠지지 말 것을 경계한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그 이상을 쫒는 것이 곧 세계적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세계는 하나님의 한 목적, 한 뜻으로 진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뜻으로 본 한국역사』는 출간 이후 숱한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아직도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읽히는 우리시대의 명저다. 20세기 한국에서 고전 중의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명저가 씌어진 것은 산더미 같은 자료와 깊은 학술적 훈련을 통해서가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정체성을 살리려는 사랑의 뜻 하나로 이루어졌음을 기억해야 한다.

 함석헌의 글월은 마치 큰 강물처럼 유장하게 흐르며 리듬을 타고 있지만 오래 전에 씌어진 탓에 요즘의 감각으로 미처 파악되지 않는 대목들이 더러 있다.

 1930년대 초반, 청년 함석헌은 자기모멸과 절망에 빠져 신음하는 식민지 치하의 백성에게 희망을 복돋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도 아니지, 도서관도 참고서도 없는 시골인 오지이지, 자료라고는 중등학교 교과서와 보통 돌아다니는 몇 권의 참고서를 가지고 나는 내 머리와 가슴과 씨름을 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내 머리와 가슴과 씨름하면서 30대의 햇병아리 역사교사가 써놓은 책이 변화무쌍한 시대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뜻'을 밝혀 다음 세대까지 읽힐 명저가 되었다는 것은 청년 함석헌의 정신이 얼마나 창조적이고 치열했는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