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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김용옥 성경 해설서 『기독교성서의 이해』

by 언덕에서 2009. 12. 3.

 

 

 

 

 

김용옥 성경 해설서 기독교성서의 이해

 

 

 

 

 

도올 김용옥의 성경 해설서이다. 도올 김용옥은 한신대에 입학한 1967년부터 40년간 기독교 신학의 모든 기초를 섭렵하고 이성과 신앙, 자연과 초자연을 통합하는 기철학을 연구했다. 그는 자신을 '우주보(宇宙寶)'라고 지칭하며 사회적인 적을 양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기독교 성서의 모든 면을 대학자다운 면모를 보이며 신, 구약 성서 텍스트를 거의 흠없이 분석하고 있다. <기독교 성서의 이해>는 기독교와 성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 좋은 입문서다. 이유는 이렇다. 하나는 신앙과 지성의 조화를 꾀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동서고금의 사상과 종교를 섭렵하고 있는 저자가 헬레니즘과 로마문명의 전체 맥락 속에서 성서를 풀어내었고, 한국 기독교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는 점이다. 따라서 책을 읽다보면 기독교의 전모가 정리되면서 한국 기독교의 문제도 요연하게 드러난다. 저자는 성서의 성립 과정, 특히 교회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떻게 신약 27서 체제를 확립했는지 소상하게 서술한다. 성서가 성령의 계시에 의한 기록이어서 일점일획도 건드릴 수 없다거나 이를 자구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근거가 없음은 당연하다. 이에 반해 주류 기독교에서 무시하는 도마복음은 정경(正經)에서 제외됐음에도 매우 소중한 문서다. 초기 기독교의 실상을 알려줄 뿐 아니라 예수의 말씀이 날것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흔히 신앙은 이성과 구별되는 영역으로, 개개인의 결단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해서 지성과 신앙이 서로 배척하게 둘 순 없다. 지성이 결여된 신앙으로 부작용이 양산되는 이 땅의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 서양의 선교와는 무관하게 자발적으로, 능동적으로, 주체적으로 기독교를 수용하였고 20세기 문명을 기독교 문화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받아 성장했다. 쇠퇴해가던 20세기의 서양 기독교 문명이 한국의 영적 에너지에 의해 지탱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찬란하고 당당한 외면도 드러내게 되었다. 하지만 팽창에만 집착한 한국 기독교의 내면은 영성을 상실해가는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으며, 사회 통합의 기초로서의 사명을 상실해가고 있는 불행한 세태에 휩쓸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책은 기원 후 1세기부터 4세기까지의 초기 기독교 운동의 역사 속에서 교회와 성서의 모습을 찾아냄으로써, 공동화 현상을 보이며 불행한 세태에 휩쓸리는 한국 기독교가 현재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모든 기독교 정통주의는 성서에 입각해야 하며, 성서에 입각한다는 것은 성서의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임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초기 기독교 형성사에 대한 책이다. 이 책의 논지는 자명하다.  "정경이 교회를 확립한 것이 아니라, 교회가 정경을 확립시켰다." 이 말은 책의 후반부에서 강조되지만, 사실 성서라는 책을 바로 이해하기위해 먼저 알아야되는 객관적이며 역사적 사실이다.

 이 책은 대중이 읽기 쉽게 쓰여 있으며 교인들이 읽었을때 논란이 될 소지가 다분한 내용들은 많이 빼고 논쟁의 여지를 없애려는 도올 나름대로의 고뇌가 묻어있는 저서이다. 그러나 성서에 대한 좋고나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 책의 일독이 진정한 기독교와 진정한 한국의 기독교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