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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명2

바람이 시작하는 곳 / 정현종 바람이 시작하는 곳 정현종(1939 ~ ) 하루를 공친다 한 여자 때문에. 하루를 공친다 술 때문에. (마음이여 몸이여 무거운 건 얼마나 나쁜가) 정신이라는 과일이 있다. 몸이라는 과일이 있다. 그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두엄이고 햇빛이고 바람이거니와 바람 없는 날은 자기의 무거움에서 벗어날 길이 없는 대지여 여자는 바람인가 술은 햇빛인가 그러나 언제나 마음은 하늘이다 바람이 시작하는 그곳이여. 위의 정현종 시인의 시는 3월 28일 조간신문에서 발견한 건데 읽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합니다. 바람은 왜 불까요? 어디서 와서 또 어디로 갈까요? 기압의 변화로 인해서 일어나는 대기의 흐름인 바람은 움직임으로서 살아있는 기능을 하는군요. 그러니까……. 움직임이 없으면 그건 바람일 수가 없지요. 움직이는 것이 어.. 2011. 4. 11.
몽해항로 - 악공 / 장석주 몽해항로 장석주 (1955 ~ ) ― 악공(樂工) 누가 지금 내 인생의 전부를 탄주하는가. 황혼은 빈 밭에 새의 깃털처럼 떨어져 있고 해는 어둠 속으로 하강하네. 봄빛을 따라간 소년들은 어느덧 장년이 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네. 하지 지난 뒤에 황국(黃菊)과 뱀들의 전성시대가 짧게 지나가고 유순한 그림자들이 여기저기 꽃봉오리를 여네. 곧 추분의 밤들이 얼음과 서리를 몰아오겠지. 일국(一局)은 끝났네. 승패는 덧없네. 중국술이 없었다면 일국을 축하할 수도 없었겠지. 어젯밤 두부 두 모가 없었다면 기쁨도 줄었겠지. 그대는 바다에서 기다린다고 했네. 그대의 어깨에 이끼가 돋든 말든 상관하지 않으려네. 갈비뼈 아래에 숨은 소년아, 내가 깊이 취했으므로 너는 새의 소멸을 더듬던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라. 네가 산양의.. 2011. 3.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