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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익5

이수익 시집『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이수익 시집『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 2000년 시와시학사에서 펴낸 이 시집『눈부신 마음으로 사랑했던』은 젊은 날에 대한 추억, 일상의 사소한 사물과 생명에 대한 애정을 단순하면서도 깊이 있는 시적 체계 속에 담아내고 있다. 달과 구름 남자도 좀 아는 40대 초반 여자와 여자도 .. 2013. 8. 5.
결빙의 아버지 /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수익(1942 ~ )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 2013. 1. 7.
야간열차 / 이수익 야간열차 이수익 (1942 ~ ) 침목(枕木)이 흔들리는 진동을 머얼리서 차츰 가까이 받으면서, 들판은 일어나 옷을 벗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뜨거운 열기를 뿜으며 어둠의 급소를 찌르면서 육박해 오는 상행선 야간열차. 주위는 온통 절교한 침묵과 암흑의 바다였다. 드디어 한 가닥 전류와 같은 관통이 풀어헤친 들판의 나신을 꿰뚫고 지나가는 동안 황홀해진 들판은 온몸을 떨면서 다만 신음뿐인, 올가즘에 그 최후의 눈마저 뜨고 있더니 열차가 지나가고 다시 그 자리에 소름끼치는 두 시의 고요가 몰려들기 시작할 무렵엔 이미 인사불성의 혼수에 빠져 있었다. - 시집 (예문관.1978) 에릭 파이가 쓴 여행 에세이 가 생각납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행을 통해 자신의 숨은 열정을 일깨우고 정신의 방랑을 즐겼던 수많은 .. 2012. 11. 19.
우울한 샹송 / 이수익 우울한 샹송 이수익 (1942 ~ )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 있는 비애(悲哀)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의상(衣裳)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 2012. 3. 5.
결빙(結氷)의 아버지 / 이수익 결빙(結氷)의 아버지 이수익 어머님, 제 예닐곱 살 적 겨울은 목조 적산가옥 이층 다다미방의 벌거숭이 유리창 깨질 듯 울어대던 외풍 탓으로 한없이 추웠지요, 밤마다 나는 벌벌 떨면서 아버지 가랑이 사이로 시린 발을 밀어 넣고 그 가슴팍에 벌레처럼 파고들어 얼굴을 묻은 채 겨우 잠이 들곤 했지요. 요즈음도 추운 밤이면 곁에서 잠든 아이들 이불깃을 덮어 주며 늘 그런 추억으로 마음이 아프고, 나를 품어 주던 그 가슴이 이제는 한 줌 뼛가루로 삭아 붉은 흙에 자취 없이 뒤섞여 있음을 생각하면 옛날처럼 나는 다시 아버지 곁에 눕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머님, 오늘은 영하의 한강교를 지나면서 문득 나를 품에 안고 추위를 막아 주던 예닐곱 살 적 그 겨울밤의 아버지가 이승의 물로 화신해 있음을 보았습니다. 품 안에 .. 2009. 7.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