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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길4

김종길 시선집 『솔개』 김종길 시선집 『솔개』 김종길(1926 ~ )은 영미(英美)의 흄, 파운드, 엘리어트 등의 주지주의의 영향을 받은 시인이다. 그의 시 창작의 소재들은 일상생활의 주변에서 얻어지며, 열띤 감정이나 감상에 사로잡히는 일이 없고, 또 혼돈 속에 휘말려 들어가지 않는 것이 특색이다. 따라서 언어.. 2014. 3. 24.
성탄제 / 김종길 성탄제 김종길(1926 ~ ) 어두운 방 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셨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熱)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 2012. 12. 24.
또 한여름 / 김종길 또 한여름 김종길(1926 ~ ) 소나기 멎자 매미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오다 멎고, 매미소리 그쳤다 다시 일고,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소리 매미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또 한여름 이렇게 지나보내는가. 또 한여름……. 매미는 바락바락 악을 쓰며 울고 수세미는.. 2010. 8. 7.
설날 아침에 / 김종길 설날 아침에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險難)하고 각박(刻薄)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시집 (1969) 늦가을인데도 간밤에 첫눈이 내렸다. 나무가지 위에 쌓인 눈을 보면서 출근을 했다. '아스라이 사라진 기억들... 너무도 그.. 2009. 11.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