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3 학살의 일부 4 / 김소연 학살의 일부 4 김소연(1967~) 아버지의 삶을 쓰기 위해 소설에 매달린 한 친구가 있었다. 그 아버지 알코올에 중독된 자신을 이기지 못하시고 박카스 한 병짜리 농약을 마시곤 대낮 약수터에서 이승을 떠나셨다. 세상의 곤궁함과 그 곤궁함에 귀속되지 못하여 쩔쩔매던 중학교 때 수학 선생은 여관방에서 목을 맸고, 즐기던 그 술에 기분 좋게 취하여 귀가하던 나의 큰아버지께서는 세차장 홈에 빠져 어이없는 실족사로 삶의 문을 닫아걸었었다. 광부가 되려는 한 남자와 간호사인 한 여자가 독일로 흘러들어 사랑하고 결혼하였다. 그 부부는.. 2025. 3. 20. 김소연 시집 『극에 달하다』 김소연 시집 『극에 달하다』 김소연(1967~ ) 시인은 1993년 계간 '현대시사상' 겨울호에 「우리는 찬양한다」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으며, 1996년 첫 시집 『극에 달하다』를 낸 이후 10년 만인 2006년에 두 번째 시집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를, 2009년에 세 번째 시집 『눈물이라는 뼈』를 펴냈다. 시집 외에 1999년 장편동화 『오징어 섬의 어린 왕자』를, 2004년 그림책 『은행나무처럼』을, 2008년 산문집 『마음사전』을, 2012년 산문집 『시옷의 세계』를 출간했다. 현재, '21세기ㆍ전망' 동인, 월간 '현대문학' 기획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고, 일산에서 어린이 도서관 ‘웃는책’을 운영하며 어린이 도서관 운동에 많은 시간을 쓰며 살고 있다. 학살의 일부 4 아버지의 .. 2013. 2. 18.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 김소연 꽃이 지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해주세요 -선운사에 상사화를 보러 갔다 김소연 (1967 ~ ) 꽃이 지고 잎이 난다 꽃이 져서 잎이 난다 꽃이 져야 잎이 난다 할망구처럼 쪼그리고 앉아 들여다 본다 목덜미에 감기는 바람을 따라온 게 무언지는 알아도 모른다고 적는다 바다 위로 내리는 함박눈처럼 소복소복도 없고 차곡차곡도 없었다고 지금은 그렇게 적어둔다 꽃 지면 나오겠다는 악속을 지킨 걸지라도 꽃 피면 나오겠다는 약속을 어긴 거라고 오히려 적어둔다 잘했다고 배롱나무가 박수를 짝짝 친다 저녁밥 먹으러 나는 내려 간다 고깃집 불판 위 짐승의 빨간 살점을 양양 씹는다 - 시집 지난 주에는 봄비가 흠뻑 내리는 통에 꽃들이 수난을 당했습니다. 더 꾸밀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화려하던 수 많은 꽃들 태반이 고개를 떨어뜨리.. 2012. 5. 7.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