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2 꿈꾸는 가을노래 / 고정희 꿈꾸는 가을노래 고정희(1948~1991) 들녘에 고개숙인 그대 생각 따다가 반가운 손님 밥을 짓고 코스모스 꽃길에 핀 그대 사랑 따다가 정다운 사람 술잔에 띄우니 아름다워라 아름다워라 늠연히 다가오는 가을 하늘 밑 시월의 선연한 햇빛으로 광내며 깊어진 우리 사랑 쟁쟁쟁 흘러가네 그윽한 산그림자 어질머리 뒤로 하고 무르익은 우리 사랑 아득히 흘러가네 그 위에 황하가 서로 흘러 들어와 서쪽 곤륜산맥 물보라 동쪽 금강산맥 천봉을 우러르네 스케일이 아주 큰 시입니다. 시인이 가을날에 관한 이 시를 쓸 때의 마음은 한반도는 배경으로 너무 좁기만 하군요. 처음에는 의아했다가 곧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맑고 넓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노라면 애초부터 대자연에 인간들이 정한 국경이란 우스운 것이지요. 들길에 코스모스 꽃 .. 2011. 10. 17. 관계 / 고정희 관계 고정희 싸리꽃 빛깔의 무당기 도지면 여자는 토문강처럼 부풀어 그가 와주기를 기다렸다 옥수수꽃 흔들리는 벼랑에 앉아 아흔 번째 회신 없는 편지를 쓰고 막배 타고 오라고 전보를 치고 오래 못 살 거다 천기를 누설하고 배 한 척 들어오길 기다렸다 그런 어느 날 그가 왔다 갈대밭.. 2009. 9. 12.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