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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이별의 노래 / 박목월

by 언덕에서 2011. 11. 7.

 

 

 

 

 

 

 

 

이별의 노래

 

                                                      박목월(1916 ~ 1978)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낮이 끝나면 밤이 오듯이

우리에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울리라

아아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이별의 노래’는 박목월 시인의 나이 마흔에 처자식을 거느린 가장으로 여대생을 사랑하고 이별하는 감정을 노래한 시로 전해집니다. 가슴 아린 사랑과 이별의 슬픔이 있었기에 목월은 이처럼 아름다운 시를 만들어 내었겠군요. 이런 사랑에 “불륜”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원래 불륜과 로맨스는 종이 한 장 차이고 사회라는 인간의 울타리가 만들어 놓은 허술한 관습일 뿐이니까요. 목월이 그녀와 헤어지면서 쓴 시가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이별의 노래’입니다.

 김경식 시인의 해설에 의하면 ‘목월은 첫사랑의 상처를 가지고 있었기에 시인이 된 사람인지도 모른다’고 이 시를 설명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목월은 옆집의 동갑내기 여학생을 좋아했는데 그가 대구 계성중학교를 다닐 무렵 첫사랑의 소녀가 결혼하였다는 것을 어머니를 통해 알게 됩니다. 그들의 나이 15세 때였군요. 당시에는 조혼이 유행할 때였습니다. 목월은 그녀와 결혼하게 될 것임을 운명이라 믿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국민학교 6학년 때 1년 동안 앞산에 올라가 새벽기도를 드렸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절망의 나날을 시심을 키우며 졸업한 목월은 금융조합에 취직을 하게 되고 자신의 고향 경주를 근무지로 선택합니다. 떠나간 첫사랑의 추억과 결혼한 그녀의 그림자라도 밟기 위함이었다네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것이란 예감과 달리 그녀는 결혼에 실패하고 친정에 와서 살고 있었음을 발견하고 그는 낙담합니다.

 목월의 순수한 심성이 만들어낸 사랑과 이별에 관한 시들은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것 같아 마음이 스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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