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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강호동 씨에 대한 내 생각은...

by 언덕에서 2011. 9. 10.

 

 

 

 

강호동 씨에 대한 내 생각은...

 

 

TV를 틀면 소위 연예프로라는 게 있는데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보면 여러 방송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연자들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지요. 가장 눈에 많이 띄는 사람이 유재석 씨와 강호동 씨(아하 강 씨로 지칭함)가 아닐까 합니다. 두 사람은 여러 프로에 나와서 사회(MC)를 보는데 솔직히 너무 많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니까 좀 식상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이런 생각도 들지요. 참신한 아나운서가 저런 프로그램(무르팍도사, 진실게임, 스타킹)의 사회자를 하면 안 될까?

 

 

 

 <1박2일>을 몇 번 보았는데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겠는만 저는 그 프로가 풍기는 분위기랄까 하는 게 흡사 조폭문화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자 여러 명이 여행지로 이동하면서 게임하고 지면 벌칙으로 밥을 주지 않는 것, 단체로 물에 뛰어드는 것, 야외에서 잠을 자는 것, 개인의 실수를 단체로 책임을 묻는 것 등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제 취향에서는 지적이지 못하고 어른스럽지 못한 콘텐츠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지요.

 <무르팍 도사>에서는 게스트로 지식인, 작가, 예술인들도 많이 나오던데(예: 황석영, 안철수, 장영주) 씨름과 코미디로 잔뼈가 굵은 강 씨가 상대하기에는 지적인 격과 캐릭터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PD나 작가가 써 준대로 진행하는 거지만) 그래도 대중들은 그가 진행하는 그 프로를 좋아하니 제 판단은 뭔가 문제가 있겠군요.

 

 

 

 제가 강 씨에 대해 가장 뚜렷하게 기억하는 인상적인 장면은 1989년도 당시 천하장사였던 이만기 씨와 씨름 결승전 장면이지요. 흔히들 현역시절 최고의 씨름선수로서 이만기, 강호동 둘 중 누가 더 세냐는 질문을 많이 합니다. 그리고 강 씨가 이 씨를  많이 이겼으니 강 씨가 역대 최고의 씨름선수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요. 그러나 그것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맞대결 당시 이 씨는 은퇴를 앞둔 체력적으로 노쇠한 시기였고 강 씨는 그야말로 19세의 한창일 때였기에 비교 자체가 무의미할 따름입니다. 맞대결한 젊은 선동렬과 은퇴 무렵의 최동원. 그 시점에서 둘 중 누가 더 위력적이냐는 질문과 꼭 같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이들이 이만기 장사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는데 어이없게도 어린 강 씨에게 연달아 쓰러졌습니다. 승리한 강 씨는 손에 모래를 한 줌 쥐고 포효하면서 쓰러져 있는 이 씨 얼굴에다 던지듯 뿌리더군요. 그 장면을 본 관중들은 모두 술렁거렸습니다.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경기에 패배한 사람의 얼굴에다 모래를 뿌리다니…….  그리고 당시의 이만기 장사는 온 국민의 씨름영웅이자 강 씨의 마산상고 대선배였거든요. 저는 그날의 장면은 나이 어린 강 씨의 실수라기보다는 운동만 시키고 인성교육을 등한시하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강호동이라는 개인의 인성을 우리는 적나라하게 보았지요. 아무리 못 배워도 저럴 수가 …….  

 물론 강 씨에 대한 거부감은 순전히 제 기준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방송국 예능기획자들이 바보 아닌 다음에야 강 씨를 거액의 비용을 지불해 가며 기용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요. 대중들이 그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깍두기 머리를 한 채 쇳소리로 고함지르며 오버액션 하는 모습에서 대중들은 뭔가 희열을 느꼈음이 분명합니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도, 자신이 맡은 길을 열심히 정진하면 대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니까요. 그것은 아마 모든 이들이 희망하는 성공한 사람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지금 세상은 그가 탈세를 했다 해서 벌집을 쑤셔놓은 것처럼 시끄럽습니다. 급기야 그는 어제 방송계를 잠정적으로 은퇴하겠다는 발표를 했군요. '잠정적'이라니 얼마 후 슬그머니 복귀할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가 잘못한 것은 무엇일까요?

 국세청은 “강호동 씨가 각종 경비를 실제보다 부풀려 반영하는 방법으로 소득을 줄여 신고한 것으로 파악돼 더 내야 할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강호동 씨는 “변호사와 세무사를 통해 법적 절차를 지키면서 국세청의 절차와 조사에 충실히 따랐다”며 “국세청이 필요 경비를 인정하지 않은 몇몇 항목 등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으나 세금이 과소 납부됐다는 결론이 나와 추징금을 물게 됐다”고 밝혔구요.

 이런 경우, 뭐가 맞느냐를 알려면 법정에 가야 하겠군요. 쌍방의 주장이 상이하니까요. 본인의 소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난일색의 마녀사냥 식으로 가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강 씨가 평소 사회를 위해 그다지 이바지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같은 연예인이지만 가수 김장훈 씨나 가수 박상민 씨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사회에 기부했지요.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입니다. 이 기회에 강 씨도 이 분들을 좀 본받으면 어떨지요? 국민에게서 받은 사랑, 일정 부분일지라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지요. 그게 공인의 도리일 듯 합니다. 청년실업, 사오정, 이태백, 결식아동, 소년소녀 가장, 탈북 동포, 생활이 힘든 결혼이주여성……. 어려운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탈세는 하지 않았다지만 유재석 씨도 김장훈 씨나 박상민 씨를 좀 본받으면 어떨지요? 제가 볼 때는 유 씨 역시 국민정서에 견주어 볼 때 지나치게 많은 수입을 향유하는 연예인이지요. 우리사회에도 오프라 윈프리처럼 존경받는 연예인 MC들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들의 오늘날이 있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했음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천문학적인 수입을 받는 그들의 모습은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많은 박탈감을 줍니다. 강 씨나 유 씨도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우리사회에는 희망이 조금이나마 생기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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