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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朋滿座

인생의 희로애락, 49가지 불경 이야기『스님의 흰죽 가게 』

by 언덕에서 2011. 8. 26.

 

 

 

인생의 희로애락, 49가지 불경 이야기『스님의 흰죽 가게 

 

 

 

 

 

이 책『스님의 흰죽 가게』의 원제는 「스제천의 흰죽 가게」로  1, 2, 3권은 중국과 타이완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홍콩, 일본, 미국, 유럽 전역에 번역 출간되었다. 우리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불경 속 이야기들로 구성된 이 책은 중국판 '영혼을 위한 닭고기 스프'라고 불리며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는 책이다. 스제천 스님은 어린 시절, 아플 때만 먹던,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했지만 정말 먹기 싫던 흰죽 한 그릇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절에 들어오면서, 나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그 흰죽의 의미, 맹물 한 사발의 의미를 점점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육식을 끊고, 담백한 사찰 음식을 통해 그의 영혼이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무 맛이 없는 흰죽 한 그릇, 맹물 한 사발이야말로 그의 목마름을 해소해 주고, 몸과 영헌을 치유해 주는 존재였던 것이다.

 우선, 책에 실린 49가지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한다.

 

인도에 한 왕이 있었다. 그는 궁 밖을 나가 미행하기를 좋아해 정기적으로 백성이 사는 성에 가 민심을 듣곤 했다. 그날도 왕은 거리를 돌아다니다 눈에 띈 신발 가게로 들어갔다. 왕은 가게 문간에 앉아 제화공이 신발을 수선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한두 마디 주고받던 왕이 뜬금없이 물었다. “주인장 이 나라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은 누구겠소?” 제화공이 대답했다. “제 생각에 이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국왕 같습니다. 부족할 것도 없고 걱정거리도 없으니까요.”

 왕은 생각했다. 내가 정말 이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기 생활이 그렇게 멋지고 훌륭하게 여겨지지 않았다. 그때 재미있는 생각이 떠올랐다. 왕은 제화공을 근처 술집으로 데리고 갔다. 제화공은 권하는 술을 한 잔 두잔 마시다 완전히 취하고 말았다.

 한참이 지난 뒤 제화공이 눈을 뜨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크고 널찍한 방에는 화려하고 고운 비단 주렴과 귀한 등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제화공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수많은 궁녀들이 자신을 에워싸며 외쳤다. “대왕마마, 어제는 몹시 취하셨습니다. 지금 해가 중천에 떠 처리하실 일이 산더미입니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내가 환생이라도 한건가?’ 거울을 찾았다. 매일 보던 그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불안했다. 그러나 의외의 상황이 재미있기도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왕이라니 좀 즐겨도 괜찮지 않을까?’ 왕의 생활을 즐기기 시작했다. 며칠은 정말 즐거웠다. 먹어보지도 못한 맛있고 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고 보지도 못한 것을 가지고 놀 수 있었다. 아리따운 궁녀들은 보고만 있기 아까울 정도였다. 그러나 슬슬 지겨워졌다. 매일 아침 조회를 하는 것도 괴로웠다. 듣는 것이라고는 무슨 말인지 일수도 없는 얘기들뿐이었다. 호화로운 음식과 놀이도 싫증이 났다. 가장 끔찍한 일은 설핏 잠이 좀 들만 하면 대신들이 찾아와 끝도 없이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불면증에 걸렸고 예전이 그리워졌다.

 어느 말 오후, 제화공은 방문을 잠그고 혼자 인사불성이 되도록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제화공은 빠개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안으며 일어나 모든 것이 되돌려진 것을 보았다.

 며칠 뒤 왕이 다시 제화공을 찾아왔다. “이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겠소?” “제가 보기에 이 나라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저 자신 같습니다.”

 

 위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별 설명이 필요 없는 그 자체로 분명한 우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솝우화 책이 편집될 때처럼 이 책에는 이야기가 있고 짧은 코멘트가 따라오는 것이 전부인 편집이다.

 이 책의 제목에 스님이란 말이 들어갈 이유는 수록된 우화들이 저자의 창작이 아니라 스님들이나 불자들이 많이 읽는 경전들에서 인용되었기 때문이다. 금강경이나 아함경처럼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경전들이 아니지만 유도집경, 백야경, 잡비유견 등은 부처님이 중생의 깨달음을 돕기 위해 비유를 통해 가르치신 내용들이고  위에 인용한 이야기는 육도집경이란 불경이 출처이다. 저자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불가에선 널리 읽히는 책들에서 이야기들을 모아 다시 편집해 이 책을 썼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불경 속 49가지 이야기는 인생에서 우리가 겪는 관용, 좌절, 거짓, 욕망, 실리 등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낸다. 잡으려고 할수록 흩어져버리는 모래와 같이, 가지려고 할수록 멀어져가는 집착의 헛됨과 같이 덧없는 욕망과 부질없는 거짓을 버리지 못하고 먼저 화내고, 먼저 지쳐버리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고 유쾌하게 그려냄으로써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다시 생각해 보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게 된다. 또한 스스로의 모습을 반발자국만 물러서 바라보면 삶이 훨씬 편안하고 행복해질 것이라는 가르침으로, 어리석음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영혼을 치유한다.

 

 

 

 

 

 스제천은 1985년 중국 출생으로 우리 나이로 현재 27세이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절에 맡겨져서 스님이 되었다. 그는 노승부터 동자승까지 이야기를 통해 불심을 가르치는 천명사의 포교 스타일을 따라 불교 경전 이야기, 자신이 일상에서 얻은 깨달음 등을 2007년 4월부터 텐야서취라는 사이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 해 7월 중국의 텅쉰넷에 ‘스제천의 흰죽 가게’라는 블로그가 개설되었고, 6개월 만에 방문 수 1,300만 회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방문객 3,300만을 넘는 중국 최고의 블로그가 되었다. 이 블로그에서 게재된 내용을 정리하여 스님의 일상 속 깨달음을 담은 「스제천의 흰죽 가게」가 2008년 1월 출간되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중국 대륙의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이후「스제천의 흰죽 가게 2」, 「스제천의 흰죽 가게 : 바쁜 현대인을 위한 즐거운 불교 이야기」가 2009년, 2010년 연달아 발표되면서 미국, 영국, 일본, 대만,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 전 세계 6억 이상의 독자를 가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일상의 깨달음을 불교 경전에 비유한 그의 글은 중국에서 대입 시험 작문 문제로까지 출제되었으며, 중국 최고의 문학 사이트인 룽슈샤는 스제천 스님을 인터넷 문학의 10대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키엔체 노르부 작. 부탄 영화 '컵'의 한 장면>

 

 이 책에서 나오는 49가지 불경 이야기는 인생에서 우리가 겪는 관용, 좌절, 거짓, 욕망, 실리 등 인간사의 모든 희로애락을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려냄으로써 현대인들이 불안과 분노를 극복하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는 자기계발서이다. 아무런 맛도 없는‘흰죽’을 인생을 살아가는 담백한 지혜로 비유하며, 어리석은 욕망에 매달려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영혼의 따뜻한 흰죽 한 그릇처럼 담백하고 담담한 깨달음을 준다.

 특히 종교를 떠나 남녀노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이야기 전개가 이 책의 백미이다. 마치 이솝우화를 읽는 듯 한 착각이 들 정도인데, 불경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또한 스님의 참다운 인생살이에 대한 강설이 탈무드의 교훈처럼 부드럽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저자의 아직 일천한 세상경험 탓인지 이 책이 주는 감동과 기쁨은 여기까지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들은 수긍이 가지만 더 복잡하고 잡다한 고뇌를 담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주인장의 특제레시피>로 명명된 이의 극복할 메시지 또한 어린아이의 세상평가처럼 다소 공허하게 들린다.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해온 법륜스님의 재미있으면서도 깊은 울림의 책을 접하던 내겐 좀 가벼운 책으로 느껴졌다. 그것은 저자가 많은 수행과 정진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 아니고, 아직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과정에 있는 공부하는 사람이기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이 책은 큰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기보다는 불경 속의 우화를 통해 생활 속의 작은 허물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은 가벼운 읽을거리다.

 

 

<키엔체 노르부 작. 부탄 영화 '컵'의 한 장면>

 

 어쨌든 「스제천의 흰죽 가게」 1, 2, 3권은 중국 대륙과 타이완 등지에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책의 내용은 「독자」, 「청년문적」 등 중국의 유명 잡지에 경쟁적으로 실렸다. 2008년에는 그의 글이 중국 칭하이 대학과 닝샤 대학의 대입 시험 작문에 출제되었으며, 2009년에는 후난의 한 수험생이 대입 시험의 논술 주제인 ‘까치발로 걷다’에서 스제천 스님의 문장 ‘속세 속의 정토’를 비평한 글로 만점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의 폭발적 인기에 힘입어 스제천의 책은 홍콩, 일본, 미국, 유럽 전역에 번역 출간되었으며, 우리 인생에서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불경 속의 재미있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