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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갈맷길 2코스를 걷다

by 언덕에서 2011. 6. 11.

 

 

갈맷길 2코스를 걷다

 

 

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절친과 초여름 바닷길을 걸어보았습니다. 제주에 올레길, 지리산에 둘레길, 부안에 마실길이 있다면 부산에는 갈맷길이 있습니다. 부산은 옛날부터 산과 바다, 강이 아름다워 ‘삼포지향’이라고 불리웠지요. 이러한 특성을 살려 낙동강 하구의 아름다운 모습과 부산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산길을 연결한 갈맷길이 개발되었습니다. 갈맷길은 부산의 상징인 ‘갈매기+길’의 합성어로 갈매기의 길이란 뜻이 담겨있습니다. 갈맷길은 9개 코스 263.8㎞이고. 산의 아름다운 경치가 함께 어우러진 해안길, 강변길, 숲길 등으로 취향에 맞춰 선택해 걸을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갈맷길 2코스(해운대 문탠로드~광안리해수욕장~오륙도 유람선선착장)가 가장 인기가 좋습니다.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해운대, 광안대교, 이기대 공원을 잇는 코스로 바다와 숲을 모두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요.  갈맷길 2코스 전체를 몽땅 즐기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한계가 있어 전체 코스의 반만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Dr. Lee는 저번 주 아들이 해병대 입대하는 바람에 근심이 가득합니다. 

 

 오늘 코스는 ‘광안역 --> 광안해수욕장 --> 이기대 종주 --> 오륙도 입구’로 약 8km입니다.  

 

 

       6월 1일 해수욕장이 개장했다지만 오전이어서 그런지 해변은 한산했습니다.

 

 

    이기대 숲길을 걷는데 용호성당에서 김수환 추기경 추모 무료찻집을 열고 있었어요. 한 잔 얻어 마시고...

 

      용호동 끝자락에서 오륙도 중 섬 두 개를 발견합니다. 현재 SK VIEW 아파트가 흉물스레 있는 이곳은

      과거에는 음성나환자촌이었지요.

 

 

     오륙도 선착장 앞에 이렇게 해삼, 멍게, 문어 등을 파는 난전이 있습니다.

     부산 사람들은 이곳에서 뭘 구입하여 맛보곤 하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대화는 아들아이의 군 입대가 주된 내용이었지요. 제가 지인들에게 자주 하는 이야기를 오늘도 하는군요. 이제부터 본론에 들어갑니다.


 몇 년 전 백령도 여행을 갔을 때의 일입니다.(세상이야기 > 화만 났던 백령도 여행 : 참고)

 해무(海霧)로 인해 인천으로 가는 배가 묶여 일행들이 섬에 갇힌 채 며칠을 보냈지요. 여행 중 친하게 지냈던 일행 P선생과 백령 면사무소 근처를 하릴없이 걷는 것이 일이었지요. 그러던 둘 앞에 이제 막 전입한 것으로 짐작되는 해병대 군인 둘이 보였습니다. 한 명은 일병, 한 명은 이병……. 둘 다 귓가에 솜털이 뽀송뽀송한 앳된 청년들이었지요. P선생은 갑자기 길가는 그 둘을 세우더니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 아드님이 며칠 전에 입대했다고 하셨어요. 어찌나 격하게 우시던지…….

 “느그들 보니 우리 아들 생각나서 내 눈물이 난다. 자, 받아라…….”

 호주머니에서 지폐 4만원을 꺼내 각각 2만원씩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해병 둘은 안받으려고 했지요. 졸병들이지만 그래도 자존심 강한 해병인데.

 그래서 제가 눈에 힘을 주고 야단치듯이 말했어요.

 “야, 아버지가 주시는 거라 생각하고 받어!”

 그제야 앳된 얼굴의 선임인 일병이 “필승!” 경례를 하면서 돈을 받더군요.


 자식 군대 보낸 아버지의 마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모릅니다. 저도 작년 1월에 아들 군대 보내고 나서 며칠동안을 끊임없이 통음(痛飮)했습니다. 이상하게도 3~4세 즈음의 귀여웠던 얼굴이 자꾸 떠오르더라구요. 첫면회가서는 주책없이 한참동안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번 달에 병장이 되었으니 세월이 빠르긴 하군요.


 트레킹을 마친 후에는 경성대 앞 P.C방에 가서 오랜만에 대국(對局)을 펼쳤습니다. 믿지 않으실는지 모르겠지만 난생 처음 P.C방에 가보았군요. Dr. Lee의 녹녹치 않은 기력에 고전을 면치 못하다 네 판 두어 겨우 2:2로 비겼습니다. 아래 그림은 혼전 끝에 4.5집 겨우 이긴 기보입니다. 제가 흑이었지요.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군요. 초여름 풍경을 느낄 수 있었던 좋은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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