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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를 읽다

그늘 속의 탬버린 / 이영광

by 언덕에서 2011. 7. 25.

 

 

 

 

 

 

 

 


그늘 속의 탬버린

 

                               이영광(1965~ )


지금은 그늘이 널 갖고 있다

그러니까 넌 빛이야

빛날 수 없는 빛

견디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한 적 없는 독신

너는 예쁘지 아니, 슬프지

탬버린이 울 때까지 탬버린은 그치지 않고

여전히, 검은 눈을 뜨고 있는

흑백텔레비전

텔레비전

그늘은 결국 인간관계지

이것에 걸리기 위해 애썼다

너는 널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사랑한다면 이렇게 오래 같이 살까?

넌 함부로 죽었고

나는 눈물이 흐른다

화양연화 화양연화 화냥년아

너는 네가 괴롭다

금방이라도 그쳐버릴 것처럼

탬버린은 영원히 짤랑거린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사라졌는데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

 





노래방에 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아, 몇 달 전에 중소도시 노래방에 간 적이 있었군요. 가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기억은 가물가물……. 위의 시에서의 노래방, 지금은 10분추가 서비스도 끝나고 미러볼도 더 이상 돌지 않는 캄캄한 방. 그늘 속에 놓인 탬버린은 버림 받은 사람 같습니다. 화양연화는 무슨 말인지요? 花: 꽃 화樣: 모양 양, 상수리나무 상年: 해 연,해 년,아첨할 영, 아첨할 녕華: 빛날 화... 그러니까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표현하는 말입니다. 아, 그러니까 이 시는 실연에 관한 독백이군요. 권혁웅 시인은 이 시를 좀 쉽게 알아 볼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이 풀어서 해석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 때(화양연화)는 갔다. 이제 너는 저 욕설(화냥년아) 속에서만 기억되는 내겐 아픈 사람이다. 이제 문이 열리고 또 다른 연인이 들어오면 너는 “금방이라도 그쳐버릴 것처럼” “영원히 짤랑”거리겠지. 너는 순간과 영원 사이의 내 착란 속에서만 있다. 그치기 위해서 짤랑대는, 그늘 속에 남겨지기 위해서 손에 들리는 운명이 너의 몫이다. 너에게 나는 많은 사랑 중의 하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지나갔으나 지나가지지 않는 사람이 있고, “사라졌는데도” “사라져버릴 것 같은 사람”이 있다. 영원히 소멸을 향해 다가가지만, 끝내 소멸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7월말, 폭염이 절정으로 치닫는군요. 지구 온난화로 우리나라는 이토록 몸살을 앓는 듯 합니다. 건강한 매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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