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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철학서

아주 좋은 역사책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1

by 언덕에서 2011. 4. 6.

 

 

아주 좋은 역사책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1

 

이런 책들이 있다.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이어서 고려왕조실록, 삼국왕조 실록, 신라왕조……. 우리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읽을 책들이 마땅하지 않았던 시절에 실로 복음서와 같이 은성스러운 느낌으로 다양한 역사적 시각을 갖게 해 준 고마운 책들이다. 이 책들이 나름대로 굉장히 훌륭하고 의미 있는 저서임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빠진 듯한 느낌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그것은 역사의 각 왕조들을 저자 나름의 시각으로 현실감 있게 해석하였으나 검증된 사료적, 고증적 근거가 부족한 데서 기인하는 문제점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한 권으로 읽는 신라왕조실록>이다. 신라 통사를 쓴다는 목적하에 쓰인 책일 텐데 <화랑세기>에서 인용된 야사적인 사건만을 너무 부각한 것도 문제였다. 그 속에 기술된 내용들이 모두 검증된 정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신라왕조실록에서 등장하는 경국지색‘미실’은 정사인 <삼국사기>나 일연이 쓴 <삼국유사>에도 나오지 않는 박창화의 필사본 ‘화랑세기’에 등장하는 인물로서 ‘화랑세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위여부가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병도 류의 왜곡된 시각이 빠져있지 않음은 물론이고 완벽하게 검증된 사실만을 심도 있게 파헤친 일반인을 위한 정확한 역사 저술서는 없을까 하는 질문을 수없이 해야만 했다.

 이 책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는 역사문제연구소가 기획하고 학계 각 분야의 권위자 17명이 집필한 시리즈로 일국사를 넘어 세계사와 동아시아사의 맥락에서 바라본 책으로 보인다. 책 속에는 페이지마다 풍부한 이미지와 희귀 사진, 화려한 비주얼과 별도 특강형식의 설명이 게재되어 정규교과서/ 학습용으로 전혀 손색없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기획자인 ‘사단법인 역사문제연구소’ 우리 역사의 여러 문제들을 공동 연구하고 그 성과를 일반에 보급함으로써 역사 발전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민주화와 통일에 기여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1986년 설립된 순수 민간 연구단체로 대한민국 역사 부문 최고의 싱크탱크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이 책의 특징은 학계 전문가들의 공동작업의 산물이라는 점이며 좌우파의 시각을 모두 다뤘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즉, 단편적인 역사 지식만을 나열하기보다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일국사의 관점에서 탈피해 동아시아와 세계사의 맥락으로 읽어낸 ‘세계 속의 우리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며 왕의 존호에서 노비의 이름까지, 궁금한 역사 속 상식을 모두 담는 등 역사 속의 디테일을 살리고 있다.

 지금 소개하는 제1권은 원시시대부터 남북국시대까지 우리 역사의 여명과 발전기를 추적해 간다. 최초로 삶의 틀을 마련했던 고조선, 국가를 세우고 문화를 꽃피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그리고 한반도를 통일하고 민족의 기초를 마련한 통일신라와 발해, 이들은 모두 동아시아라는 국제무대에서 우리 역사의 기본 꼴을 서술했다.

 한국사 교양서 시장은 한 권짜리 한국사 단행본과 수십 권짜리 청소년 한국사,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전 22권) 정도가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느 정도 진지하게 한국사를 공부해 보리라 생각한 사람에겐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청소년용 교양서를 읽는 지경이다. 한마디로 지금 한국사 분야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같은 표준서가 없다.

 

 이 책의 장점은 

 첫째, 좌나 우에 치우치지 않으면서 건강한 ‘관점’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단편적인 역사 지식만을 나열하기보다는 그것들을 바라보는 건강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1권의 ‘말갈족에 대한 재인식’(247~249쪽)에서는 발해의 지배층으로 고구려 계만을 상정하는 혈연 중심적 민족주의를 비판한다. 고구려 지배계층과 말갈 피지배계층이라는 도식은 신화에 지나지 않으며, 발해는 다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둘째, 일국사의 관점에서 탈피해 동아시아와 세계사의 맥락에서 서술란 것을 알 수 있다.

 셋째, 교류사와 세계사적 맥락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한국사는 철저히 우리의 시각으로만 서술되어 있어서 오히려 일본이나 중국이 어떤 행동을 왜 했는지를 알기가 어려웠다. 이 책에서는 그런 맥락과 배경을 외부의 입장에서 설명함으로써 한국사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희귀한 자료와 자세한 자료 사진, 재미있는 특강을 삽입하여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 한국사라는 점이다. 스토리와 비주얼을 강화해 역사를 입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되어 있다. 그간 한국사 교양서들이 세계사 교양서 등에 비해 딱딱한 정보 위주로 서술되어 있어 접근이 어려웠는데 이 책에서는 수많은 ‘특강’을 배치해 재미있는 심도를 맛볼 수 있다.

 

 역사학자 이이화는 아래와 같이 추천사를 썼다.

 '이 책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는 젊고 참신한 교수들이 참여해 선사시대부터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제도사에서 생활사에 이르기까지, 오른쪽이나 왼쪽에 치우치지 않고 고루 서술해 균형감을 살리고 있습니다. 또 우리 역사만을 다룬 게 아니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시아 등 여러 나라와 교류한 사실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한국사 지식을 공급해 주는 보고(寶庫)여서, ‘역사박물관’으로 불러도 과장이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학교에서나 여느 역사책에서는 배울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재미와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평생 ‘역사 대중화’에 심혈을 기울여온 제가 이 책을 추천하는 동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늦었지만 제대로 된 교양역사서를 만난 듯하여 기쁜 마음이며, 중고생들이 필히 읽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