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高朋滿座

호스피스 의사의 수기 -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by 언덕에서 2010. 12. 13.

 

 

호스피스 의사의 수기 -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

 

 

 

 

지은이 염창환(1968~ )은 한국을 대표하는 호스피스 전문의로 국내 1호 완화의학과 교수이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유명한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센터의 의사다. 그동안 여러 방송사와 신문에서 임종과 관련된 수많은 인터뷰와 자문역할을 해온 그는 "염창환의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다음카페를 2005년부터 운영하면서 국내 암환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전해 주고 있다.

 유명 인사부터 노숙자까지 대한민국에서 살다간 2000여 명의 마지막을 지켜본 저자는, 모두가 행복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바로 지금, 자신을 위한 일뿐만 아니라 남을 위한 일들을 죽기 전에 꼭 하기를 당부하였다. 『한국인, 죽기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는 이런 이유로 만들어진 책으로, 그는 이 책이 먼저 떠나간 사람들이 남겨준 숙제라고 말한다.

 

 

 

 

 염창환은 연세대학교 원주의과대학과 동 대학원 의과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인턴 및 가정의학과 레지던트를 했고, 모현호스피스 가정방문 의사, ,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관동의대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부교수 및 임상과장을 거쳐, 현재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완화의학과 부교수 및 임상과장으로 있다. 대한가정의학과 MSD 학술상(1997), 한국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먼디파머 학술상(2003), 한국학술진흥재단 신진교수상(2005), 한국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 먼디파머 학술상(2006) 등을 수상한 바 있다.

 

◐ 

 

 인간은 누구나 죽음의 문을 피할 수 없다. 죽음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서의 삶에 끝이 있다는 것이고, 누구에게나 '마지막'이 있다는 뜻이다. 이 세상에 오는 것은 순서대로 오지만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는 말은 이러한 '마지막'이 언제 어떻게 다가올 지 모르기 때문에 생겨난 말이다. 따라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마지막을 잘 준비하며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한국인,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는 2009년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오츠 슈이치)의 한국판 격인 책이다.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가 죽음을 앞둔 이들의 '후회'를 보편적으로 보여주었다면, 이 책은 매일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고, 언제 죽음이 닥쳐올지 모를 다급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각자의 방법으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고 행복하게 마무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처럼 <한국인으로서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17가지>는 적절하고 구체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을 사서 읽는 이들이 '한국인'으로서 죽기 전에 해야할 17가지 일을 찾으려고 한다면 그 내용은 없다고 할 수 있다. 17가지의 테마나 주제는 이 책에서 보이지 않는다. 이 책의 제목은 출판사의 상술이 만들어 낸 그저그런 제목에 불과하다. 다만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은 사람 17명의 이야기만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고 이 책을 사서 읽은 사람들은 실망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죽음이라는 끝이 있기에 삶이 있는 법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생각없이 살아서 또는 현실에 쫓겨서 죽음을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러한 준비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리라 여겨진다. 의사 염창환이 시한부생명의 환자를 대하는 손길과 시선은 따뜻하고 인간적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의사가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다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다소 과장된 제목이 마음에 결렸지만 언젠가는 맞이해야 하는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그것도 우리나라의 의사가 쓴 책이란 점에서 좋았다. 언제가 마지막인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 것인가와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그가 지켜본 많은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소중한 교훈을 들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