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착각이 미래를 바꾼다『인간의 두 얼굴』
보이지 않게 나를 움직이는 착각의 그림자
나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 이것을 자기중심적 편향 self- serving bias 또는 자기중심성이라고 한다. 애인이나 부인과 다툴 때, 우리는 자신이 잘못한 것보다는 잘한 것에 대해 생각하고, 상대방이 잘한 것보다는 잘못한 것에 대해 생각하기 마련이다. 내가 한 일은 더 커 보이고 상대가 한 일은 작아 보이는 이런 착각 역시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파악하고 받아들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EBS '인간의 두 얼굴' 제작팀이 만든 이 책 '인간의 두 얼굴'( EBS 상황심리 프로젝트)에서는 ‘착각’을 통해 인간 행동의 진실에 다가서는 우리의 두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행동이 얼마나 많은 착각 속에서 선택되는지, 삶을 바꾸는 ‘착각’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방송이 보여준 리얼한 실험들을 통해 생생하게 살리는 한편, 추가적인 심리 이론과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내어 방송이 아닌 책만의 깊이를 더했다. 방송이 착각의 긍정성에 더 많은 초점을 맞췄다면 책에서는 착각을 활용하여 삶을 더욱 가치 있게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까지 담고 있는 좋은 책이다.
이 내면 편에서는 우리의 일상에서 무의식적 판단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오해’와 ‘진실'을 파헤친다. 또한 사람들이 비과학적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직감에 의한 무의식적 판단과 선택‘을 다양한 실험과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여준다. 책 속으로 들어가보자.
2009년 경기도 부천시에서 일어난 일이다. 모 대학 교수인 후세인 씨는 단지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에서 근거 없는 의심을 받고 반말로 조사를 받아야만 했다. (신문과 방송에서 수차례 보도가 되었다) 그가 백인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모욕을 받을 가능성도 적었겠지만, 혹시 그랬다 하더라도 경찰서에서 신분을 의심받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경찰들은 왜 유독 후세인 씨에게만 그런 부당한 대우를 한 것일까?
<▲인종 차별 피해를 겪은 성공회대 연구교수 보노짓 후세인 씨. ⓒ프레시안>
이 책은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우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인으로서가 아니라 내가 속한 사회, 그리고 사회 속의 ‘나’라는 상황 안에서 착각을 하기도 한다. 후세인 씨를 차별한 경찰들 역시 단순한 개인으로서 상대방에 대해 올바른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 있는 한 인간으로서 착각을 일으킨 것이다. LA 폭동의 도화선이 된 두순자 씨 사건 역시 두순자 씨 개인보다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일어난 착각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착각'이라고 잘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외대 심리학과 허태균 교수의 말을 들어보면 생각이 좀 달라진다.
"착각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고정관념이란 것을 사용하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착각을 만드는 배경이 될 수 있고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UCLA대 심리학과의샐리 테일러Sally Taylor 교수 역시 이러한 편견을 "과장된 믿음과 관념의 결과이기 때문에 일종의 착각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단순히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만이 착각이 아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의해 실제와 다른 것을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착각이다. 실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피하기 어려운 잘못된 믿음, 이것을 우리는 '사회적 착각'이라고 부른다.
긍정적 착각이 미래를 바꾼다
“지선이가 5살 때 손가락을 하나 잃었어요. 지선이는 ‘나도 다른 사람처럼 손가락이 다섯 개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럼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이 손가락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양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면서 열심히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이미 커 버린 우리의 눈에는 이야기 자체가 매우 무의미한 것처럼 보인다. 한 번 잃은 손가락이 성장한다고 해서 달라질 리가 있을까? 우리는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듣고 다른 가능성을 생각할 수가 없다. 그렇다며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대답했을까?
“꽃처럼 아주 작은 새끼손가락이 조금 올라와 갖고요.”
“점점 자라나서 다른 손가락처럼 됐어요.” “조그맣다가 커지잖아요.”
어른이 된 우리에게는 터무니없는 착각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불가능하다고 이미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착각 속에 삶을 바꾸는 힘이 숨어 있다.
태어날 때부터 한 손에 손가락이 두 개인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더 많이 연습했고 지금은 무대에 설 수 있다. 그녀의 삶이 순탄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선천성 사지 기형 1급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를 받아주는 피아노 학원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어머니의 긍정적인 희망에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그녀는 세계 각국에서 연주회를 갖고 자신의 삶을 담은 책을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출판하는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되었다. 이러한 놀라운 성공과정에는 ‘긍정적 착각’의 힘이 숨어 있었다. 네 손가락으로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착각, 이런 긍정적 착각이 우리에게 고난을 이겨내고 목표를 달성하는 힘을 준다. 아이가 첫발을 내딛으면서 어디든 달려갈 수 있다고 믿는 것 역시 그런 착각 중의 하나다. 시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아줌마가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을 것이라고 희망하는 것도 그렇다.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의 긍정적 착각이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미래를 바꾼다. 한 번 없어진 손가락은 자라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긍정적 착각은 우리의 ‘보이지 않는 손가락’을 자라나게 하는 것이다.
끝으로……. 착각의 양면성을 꿰뚫어 보는 사람은 착각을 이용해 자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착각의 양면성을 알아보는 행위가 바로 자신의 내면을 파악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면역 체계가 있듯이 마음에도 ‘착각’이라는 면역 체계가 있는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우리들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착각’이 가진 힘과 마음의 작용을 파악하면 우리의 삶을 더욱 현명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일독을 꼭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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