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아트41 봄비는 즐겁다 / 송수권 봄비는 즐겁다 송수권 (1940 ~ ) 며칠째 봄비가 지난다. 한 떼씩 마치 진군의 나팔 소리 같다. 샤넬 향수병을 따놓은 병마개 같다. 촉촉히 마음에 젖어 드는 얼굴, 세상이 보기 싫다며 손나발을 입에 대고 불던 친구가 있었다. 물구나무 서서 가랑이 사이로 세상을 건네보던 친구가 있었다. 젖지도 못하고 마른 종이처럼 구겨졌으면 어쩌나. 큰 길로 나서니 빨강 분홍 초록 파랑 우산 속에 소녀들의 밝은 표정이 갇혀 있다. 한 떼의 봄비처럼 조잘거리며 내를 건너 숲을 건너 밀림 속으로 사라져간다. 저 가벼운 종아리들, 문득 발을 막고 제재소가 나무 켜는 톱질소리가 들려온다. 향긋하다. 눈을 감는다. 거대한 삼나무 숲 속살들이 톱밥으로 무너져내린다. 자꼬만 밀림 속에서 휘파람새, 휘파람새가 운다. 생각이 발통이.. 2012. 4. 3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