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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3

최영미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 시집『서른 잔치는 끝났다』 최영미는 196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서양사학과와 홍익대 대학원 미술사학과를 졸업했다. 1992년 『창작과비평』 겨울호에 「속초에서」 외 7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4년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일간지 1면 6단 통광고를 내.. 2013. 3. 19.
인생 / 최영미 인생 최영미 (1961 ~ ) 달리는 열차에 앉아 창밖을 더듬노라면 가까운 나무들은 휙휙 형체도 없이 도망가고 먼 산만 오롯이 풍경으로 잡힌다 해바른 창가에 기대앉으면 겨울을 물리친 강둑에 아물아물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시간은 레일위에 미끄러져 한 쌍의 팽팽한 선일 뿐인데 인생길도 그런 것인가. 더듬으면 달음치고 돌아서면 잡히는 흔들리는 유리창 머리 묻고 생각해본다. 바퀴소리 덜컹덜컹 총알처럼 가슴에 박히는데 그 속에 내가 있고 네가 있고 아직도 못다 한 우리의 시름이 있는 가까웠다 멀어지는 바깥세상은 졸리운 눈 속으로 얼키설키 감겨오는데 전선위에 무심히 내려앉은 저걸 하늘이라고 그러던가 - 시집 - 이 시를 읽은 지는 20년 가까이 되는군요. 신문 문화면에 소개된 신간 기사를 보고 서점에 가서 이 책을 .. 2011. 6. 13.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최영미 마지막 섹스의 추억 최영미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 발르다 나는 보았네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 파헤쳐진 오장육부,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죽은 살 찢으며 나는 알았네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 찬란한 비늘, 겹겹이 구름 걷히자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 그 투명함에 놀라 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 누가 먼저 없이, 주섬주섬 온몸에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 살아서 고프던 몸짓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 입안 가득 고여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시집 (창작과 비평사 1994) 최영미의 시집 는 1980년대를 마감하는 의미를 지녔다. 최영미의.. 2009. 8.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