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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자4

진은영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1970 ~ )은 시인이자 철학자이다.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같은 학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박사 논문은 이다.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시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인 최승자는 진은영을 두고 “드디어 나를 정말로 잇는 시인이 나왔다”고 말했다. 진은영의 저서로는 시집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2003), 『우리는 매일매일』과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2004), 『니체, 영원 회귀로와 차이의 철학』(2007) 등의 철학하기와 관련한 다소 무겁고 어려운 저서 들이 있다. 그는 2011년 으로 현대문학상을 받았다. 오늘 소개하는 이 시집 에서.. 2014. 7. 9.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 최승자 시집 『이 시대의 사랑』 1981년 등단작으로 처녀 시집의 제목을 삼은 시집 에서 시인 최승자(1952 ~ )는 정통적인 수법으로는 감당할 수 없었던 뜨거운 비극적 정열을 뿜어 올리면서 이 시대가 부숴뜨려온 삶의 의미와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향해 절망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이 호소는 하나의 여성이기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사랑과 자유로움을 위한 언어적 결단이기도 하다. 삼 십 세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 시큰거리는 치통 같은 흰 손수건을 내저으며 놀라 부릅뜬 흰자위로 애원하며. 내꿈은 말이야, 위장에서 암세포가 싹뜨고 장가가는 거야, 간장에서 독이 반짝 눈뜬다. 두 눈구멍에 죽음의 붉은 신호등이 켜지고 피는 젤리 손톱은 톱밥 머리칼은 철사 끝없는 광물질의 안.. 2013. 12. 23.
참 우습다 / 최승자 참 우습다 최승자 (1952~ ) 작년 어느 날 길거리에 버려진 신문지에서 내 나이가 56세라는 걸 알고 나는 깜짝 놀랐다 나는 아파서 그냥 병(病)과 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내 나이만 세고 있었나보다 그동안은 나는 늘 사십대였다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 위 시에는 “포르르”와 “흐르르” 사이에 터진 거품이 있습니다. 덜그럭거리는 틀니가 있구요. “포르르”가 가지에 앉는 산새라면 “흐르르”는 기침과 기침 사이에서 끓는 가래 같은 느낌을 주는군요. 새는 날아갔고 거품은 터졌는데 또 다른 기침이 쏟아져서 틀니가 빠집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이 시인은 늘 사십대였지요. 그러나 신문은 이분을 .. 2011. 8. 15.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최승자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최승자 겨울 동안 너는 다정했었다. 눈의 흰 손이 우리의 잠을 어루만지고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따뜻한 땅속을 떠돌 동안엔 봄이 오고 너는 갔다. 라일락꽃이 귀신처럼 피어나고 먼 곳에서도 너는 웃지 않았다. 자주 너의 눈빛이 셀로판지 구겨지는 소리를 냈고 너의 목소리가 쇠꼬챙이처럼 나를 찔렀고 그래, 나는 소리 없이 오래 찔렸다. 찔린 몸으로 지렁이처럼 기어서라도, 가고 싶다 네가 있는 곳으로, 너의 따뜻한 불빛 안으로 숨어들어가 다시 한번 최후로 찔리면서 한없이 오래 죽고 싶다. 그리고 지금, 주인 없는 해진 신발마냥 내가 빈 벌판을 헤맬 때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우리가 꽃잎처럼 포개져 눈 덮인 꿈속을 떠돌던 몇 세기 전의 겨울을, - 시집 ( 문학과 지성사 1981) 1980년대에 .. 2009.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