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락도1 엽서 두 장 / 이유경 엽서 두 장 이유경 1 하얀 대낮에도 비 내리고 무지개 섭디다 숲 위에 선 무지개는 완벽한 반원에서 무너지고 대서양 쪽에서 꺼먼 구름이 악마처럼 몰려오는 게 보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하루가 지곤 하였지요. 쪼그만 불씨를 돌려 만찬을 초라하게 차려 먹고 다 저문 밤에 빗질하고 있읍니다 그대 보이나요? 2 빛을 머금고 반사하는 예수 초상화 하나 샀지요 침묵의 바다 밑에 가라앉아 그와 나는 늘 마주서고 무료하게 서로 바라보다가 내가 먼저 외면합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바람과 번개 잠들면 또 악몽이겠네 예수 초상은 언제나 한쪽만 보면서 빛을 머금고 기다려라 기다려라 합니다 그대 들리나요? - 시집 (문학세계사 1983) 이유경 시인(1940 ~ )은 다양한 제재를 소화하여 해학ㆍ풍자를 곁들인 현실 의식과, 특히 .. 2009. 11. 6.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