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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목일2

침향(沈香) / 정목일 침향(沈香) 정목일(1945 ~ ) ‘침향(沈香)’ 이란 말을 처음 듣게 된 것은 어느 날의 차회(茶會)였다. 뜻이 통하는 몇몇 사람들이 함께 모여 우리나라의 전통차인 녹차(綠茶)를 들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임이 한 달에 한 번씩 있었다. 차인(茶人) ㅅ선생이 주재하시는 차회(茶會)에 가보니 실내엔 전등 대신 몇 군데 촛불을 켜놓았고 여러 가지 다기(茶器)들이 진열돼 있었다. ㅅ선생은 끓인 차를 찻잔에 따르기 전 문갑 속에서 창호지로 싼 나무토막 한 개를 소중스럽게 꺼내 놓으셨다. 그것은 약간 거무튀튀한 빛깔 속으로 반지르르 윤기를 띠고 있었다. 마치 관솔가지처럼 보이는 이 나무토막을 ㅅ선생은 양손으로 감싸 쥐고 비비시며 말씀해 주셨다. “이게 침향(沈香)이라는 거요.” 나를 포함한 차회 회원들은 그 나무.. 2016. 2. 29.
대금 산조 / 정목일 대금 산조 정목일 (1945 ~ ) 1. 한 밤중 은하가 흘러간다. 이 땅에 흘러내리는 실개천아. 하얀 모래가 푸른 물기 도는 대밭을 곁에 두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아. 흘러가라. 끝도 한도 없이 흘러가라. 흐를수록 맑고 바닥도 모를 깊이로 시공(時空)을 적셔가거라. 그냥 대나무로 만든 악기가 아니다. 영혼의 뼈마다 한 부분을 뚝 떼어 내 만든 그리움의 악기…. 가슴속에 숨겨 둔 그리움 덩달아 한(恨)이 되어 엉켜 있다가 눈 녹듯 녹아서 실개천처럼 흐르고 있다. 눈물로 한을 씻어 내는 소리. 이제 어디든 막힘없이 다가가 한 마음이 되는 해후의 소리ㅡ. 한 번만이라도 마음껏 불러 보고 싶은 사람아. 마음에 맺혀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아. 고요로 흘러가거라. 그곳이 영원의 길목이다. 이 세상에서 깊고 아득한 소.. 2011. 5.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