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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3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 이어령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이어령(1934 ~ )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하나의 공간이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조그만 이파리 위에 우주의 숨결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내가 혼자인가를 알았다 푸른 나무와 무성한 저 숲이 실은 하나의 이파리라는 것을.... 제각기 돋았다 홀로 져야하는 하나의 나뭇잎, 한잎 한잎이 동떨어져 살고 있는 고독의 자리임을 나는 알았다. 그리고 그 잎과 잎 사이를 영원한 세월과 무한한 공간이 가로막고 있음을.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고 있는가를 알고 싶었다. 왜 이처럼 살고 싶은가를, 왜 사랑해야 하며 왜 싸워야 하는가를 나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것은 생존의 의미를 향해 흔드는 푸른 행커치프.... 태양과 구름과.. 2010. 9. 23.
산촌여정(山村餘情) / 이상(李箱) 산촌여정(山村餘情) 이상(李箱 : 1910 ~ 1937) 1 향기로운 MJB의 미각을 잊어버린 지도 이십여일이나 됩니다. 이곳에는 신문도 잘 아니오고 체전부는 이따금 하도롱빛 소식을 가져옵니다. 거기는 누에고치와 옥수수의 사연이 적혀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멀리 떨어져 사는 일가 때문에 수심이 생겼나봅니다. 나도 도회에 남기고 온 일이 걱정이 됩니다. 건너편 팔봉산에는 노루와 멧도야지가 있답니다. 그리고 기우제 지내던 개골창까지 내려와서 가재를 잡아먹는 곰을 본 사람도 있습니다. 동물원에서밖에 볼 수 없는 짐승, 산에 있는 짐승들을 사로잡아다가 동물원에 갖다 가둔 것이 아니라, 동물원에 있는 짐승들을 이런 산에다 내어 놓아준 것만 같은 감각을 자꾸만 느낍니다. 밤이 되면 달도 없는 그믐 칠야에 팔봉산도.. 2010. 8. 13.
이어령 수필집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이어령 수필집 『저 물레에서 운명의 실이』 여성이란 무엇일까? 여권이 신장됨에 따라 페미니즘에 대한 연구가 도처에 활발하다. 페미니즘 논의를 새삼 화제에 올리는 것이 구시대적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페미니즘은 이미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고, 연구의 한복판에 놓여 있는 진행형의 문제다. 실제로, 남성의 권위를 내세운다거나,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일삼는 남자는 자신의 미성숙을 인정하는 꼴이 돼버리는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 책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된 2009년에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1960년대의 여성론’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1980년대에 읽었던 책이나 당시에는 20년전인 1960년대의 고풍스런 구식의 느낌이 들지 않았다. 지금 20대 젊은이들이 읽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여성.. 2009. 12.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