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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4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이상국 시집 『어느 농사꾼의 별에서』 오늘 소개하는 시인은 핍진한 현실인식을 견지하면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우주적 질서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순박한 삶의 풍경을 전한다. 삶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따사로운 상상력과 정감 어린 묘사, 자연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정갈한 .. 2015. 2. 26.
아침 시장 / 이상국 아침 시장 이상국 (1946 ~ ) 화장을 곱게 한 닭집 여자가 닭들을 좌판 위에 진열하고 있다. 발가벗은 것들을 벌렁 잦혀놓아도 그들은 별로 부끄러워하는 것 같지 않다. 그 옆 반찬가게집 주인은 두 무릎을 공손히 꿇고 앉아 김을 접는다. 꼭 예배당에 온 사람 같다. 어느 촌에서 조반이나 자.. 2011. 10. 10.
봄날 옛집에 가서 / 이상국 봄날 옛집에 가서 이상국 (1946 ~ ) 봄날 옛집에 갔지요 푸르디푸른 하늘 아래 머위 이파리 만한 생을 펼쳐들고 제대하는 군인처럼 갔지요 어머니는 파 속 같은 그늘에서 아직 빨래를 개시며 야야 돈 아껴 쓰거라 하셨는데 나는 말벌처럼 윙윙거리며 술이 점점 맛있다고 했지요 반갑다고 온.. 2011. 4. 8.
한로(寒露) / 이상국 한로(寒露) 이상국 가을비 끝에 몸이 피라미처럼 투명해진다 한 보름 앓고 나서 마당가 물수국 보니 꽃잎들이 눈물 자국 같다 날마다 자고 나면 어떻게 사나 걱정했는데 아프니까 좋다 헐렁한 옷을 입고 나뭇잎이 쇠는 세상에서 술을 마신다 - 시집 (창작과비평사 2005) 한로(寒露)는 늦가을에서 초겨울 무렵까지의 이슬을 말하는 것이나 절기로는 추분과 상강 사이에 들며 10월 중순경이다. 이 때쯤 되면 푸르던 나뭇잎은 조금씩 변색되어 가고 아침저녁 서늘해지는 바람소리가 온 몸을 스산하게 만든다. 오다 가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용기를 내어서 먼저 인사를 하자.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선선해진다. 그러다가 한번씩 오는 가을비에 기온은 뚝뚝 떨어진다. 시인은 한로(寒露)에는 이슬도 엷은 얼음물 밑 피라미처럼 투명하다고.. 2009. 10.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