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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냄새2

슬픔의 냄새 / 이충걸 슬픔의 냄새 이충걸 복사를 하려다 통증을 느꼈다. 페이퍼 컷이었다. 나는 상처를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손가락을 위로 들어올렸다. 실 같은 핏자국이 비쳤다.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파열된 혈관은 수선하는 메카니즘이 금방 가동되겠지. 그러니 필요한 건 시간이다. 모든 치유 과정은 그렇게 면역 체계를 가지고 같은 ‘용의자’의 재공격을 막아주는데, 왜 상처가 아물었던 자리엔 언제나 옛 상처를 대신해서 새로운 상처가 돋는 걸까? 퇴근을 하고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으로 들어가는데, 갑자기 달리기를 마쳤을 때처럼 체온이 올라갔다. 나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의 하얀 껍질을 밟고 멈춰 섰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었다. 휩쓸린 기억은 남아 있지만, 어쨌든 순환 속에서도 맞이하고 또 떠나보낸 겨울 속에서 나는 나이를 .. 2016. 3. 9.
반성 902 / 김영승 반성 902 김영승 (1959 ~ ) 하나님 아버지 저는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지 날이 갈수록 머리가 띨띨해져 갑니다 고맙습니다 이 시를 읽으니 책에서 읽은 다음의 구절들이 갑자기 생각납니다. 이충걸의 '슬픔의 냄새'에서 읽은 겁니다. 인상 깊었던 내용들은 이렇습니다. '(전략) 만일 자신이 꿈꾸는 어떤 가능성이 저런 식으로 배반당할 것이라면 그런 가능성은 차라리 자신의 인생에서 처음부터 아예 지워 없애버리는 편이 나았다. 번연히 배반당할 줄 알면서도 어떤 가능성을 꿈꾸며 살아야 한다면 그런 삶이야말로 지옥에 다름 아닐 것이다. 내 소원은 누군가 지켜보는 사람이 있을 때까지 끝까지 술을 한 번 마셔 보는 것. 술에 취해 소리를 지르고, 무엇보다도 길바닥에 자보는 것. 그러나 술은 누군가 사회적으로 .. 2011.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