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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주정2

술이 원수라고? 술이 원수라고? 좌충우돌의 미학은 / 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 / 드디어 끝난다. / 구슬도 먼지도 못되는 / 점잖은 친구들아, / 이제는 당하지 않을 것이니 / 되려 기뻐해다오. 위의 시는 김관식1(1934 ~ 1970) 시인의 시 '김관식의 입관(入棺)' 중 일부이다. 너로 말미암아 비롯하고 끝나다니 ‘너’는 누구일까? 바로 ‘술’이다. 술 때문에 죽게 되었다고 원망하는 것인데 실제로 그는 술 때문에 죽었다. “오오냐, 오오냐 적당히 살거라 시인들아!”라며 세상을 온통 긍정하면서도 눈물로 시적 에스프리2를 캐냈던 박용래3 시인은 천성적 순수로 현실에는 도저히 편입될 수 없는 시인이었다. 강경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갔으나 돈 세는 것에 염증나 그만둬버린 시인은 돈ㆍ사회와는 영영 등을 돌리고 술로만 .. 2014. 12. 5.
백주(白晝)에 소를 타고 / 변영로 백주(白晝)에 소를 타고 변영로 (1897 ~ 1961) 역시 혜화동 우거에서 지낼 때였다. 어느 날 바카스의 후예들인지 유영(劉怜)의 직손들인지는 몰라도 주도의 명인들인 *공초, 성재, 횡보 3주선(酒仙)이 내방하였다. 설사 주인이 불주객(不酒客)이라 하더라도 이런 경우를 당하여서는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은 거의 상식문제인데, 주인이랍시는 나 역시 술 마시기로는 결코 그들에게 낙후되지 않는 처지로 그야말로 불가무일배주(不可無一杯酒)였다. 허나 딱한 노릇은 네 사람의 주머니를 다 털어도 불과 수삼 원, 그때 수삼 원이면 보통 주객인 경우에는 3,4인이 해갈은 함 즉하였으나 우리들 무리 4인에 한하여서는 그런 금액쯤은 유불여무(有不如無)였다. 나는 아무리 하여도 별로 시원한 책략이 없어 궁하면 통한다는 원리.. 2011. 4.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