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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범4

‘얼’의 어원 ‘얼’의 어원 겨레의 얼, 나라의 얼 등에 보이는 ‘얼’이 ‘정신’ 또는 ‘혼’의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옛말에서는 ‘얼’이 ‘정신ㆍ혼’으로 쓰인 예가 없다. 정신이나 혼의 뜻으로 쓰인 말은 ‘넋’이 있을 뿐이다. 얼이 혼이나 정신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舊韓末)에 보이기 시작한다. 정인보(鄭寅普) 선생이 쓰신 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처음 쓰이지 않았나 한다. ‘얼’이 옛말에서는 명사로 쓰인 예가 없다. ‘얼’은 옛말에서 ‘어리다’ 즉 ‘어리석다ㆍ홀리다’의 뜻을 지니는 어간인 것이다. 옛말에서 ‘얼빠지다’는 갈피를 못 잡다의 뜻이지 얼, 즉 정신이나 혼이 빠졌다(拔)의 뜻은 아닌 것이다. 얼간, 얼치기와 같이 얼은 어리석다의 뜻을 지니는 말이다. ‘얼’의 경우는 어느 한 사람이 잘못 알고 쓴 .. 2023. 8. 4.
'사랑'의 어원 '사랑'의 어원 이 세상에는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자라서 분규가 일고 있다는 말들을 한다. 박애정신을 이르는 말이다. 이러한 사랑이라면 모르겠는데, 남녀의 사랑에 이르면 그것이 숭고하기에 그렇다는 것인가, 시끄러운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다. 사랑했기 때문에 왕관을 버린 일이 있었는가 하면, 사랑했기 때문에 죽였다는 논리도 있고, 사랑했기 때문에 죽었더라는 논리도 있다. 우리의 할아버지 한분은, 사랑이 어떻더냐고 자문해 놓고 나서, 길더냐 짧더냐, 모나더냐, 둥글더냐고 회의해 보다가, 하 그리 긴 줄은 모르되 끝 간 데를 모르겠다고 노래하고 있는 것을 본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한 치만 낮았더라면 하는 말이 있고, 장희빈에 양귀비가 들먹여지는 것을 생각할 때, 인류의 역사는 사랑 그것의 지엽적인.. 2023. 6. 7.
'십팔번'의 어원 '십팔번'의 어원 예문) 술을 마시면 만기 형은 그 노래를 으레 십팔번으로 불렀다. '십팔번’이라는 말은, 그 사람이 가진 레퍼토리 중의 으뜸을 가리키면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 말이 사실은 일본말인 ‘쥬우하치방(十八番)’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알면, 도도해진 기분이 깨질 만큼 야릇한 마음이 안 들는지. 일본의 에도(江戶) 전기의 ‘가부키(歌舞伎)’ 배우에 이치가와 단쥬로오(市川團十郞) 1세(1660∼1704)라는 사람이 있었다. 무대 위에서 원한 품은 한 자객(刺客)의 칼에 맞아죽은, 하여간 그 당시의 대표적 배우였다. 이치가와 9세까지 내려오는 동안 그 집안에 전래하여 열여덟 가지의 내로라 하는 교오겐(狂言: 서민의 일상생활에서 제재를 딴 얘기로서의 희극)을 일러 ‘쥬우하치방’이라 했다. (2세에서.. 2023. 3. 22.
나비 이야기 / 서정범 나비 이야기 서정범 (1926 ~ 2009) 옛날에 한 나이 어린 아가씨가 흰 가마를 타고 시집을 갔다. 흰 가마는 신랑이 죽고 없을 때 타는 가마다. 약혼을 한 후 결혼식을 올리기 전 신랑이 죽은 것이다. 과부살이를 하러 흰 가마를 타고 가는 것이다. 시집에 가서는 보지도 못한 남편의 무덤에 가서 밤낮으로 흐느껴 울었다. 그래야만 열녀가 된다. 아씨가 흐느껴 울고 있는 밤중에 신기하게 무덤이 갈라지더니 아씨가 무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친정에서 함께 따라온 하녀가 이 광경을 보고 달려가 아씨의 저고리 옷섶을 잡고 늘어졌다. 옷섶이 세모꼴로 찢어지며 아씨는 무덤 속 깊숙이 빠져들어 갔다. 이윽고 갈라진 무덤이 합쳐졌다. 아씨를 잃은 하녀의 손에는 세모꼴 찢어진 저고리 섶만이 남았다. 그런데 신기하게.. 2011.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