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마천령(摩天嶺) / 박세영
오후의 마천령(摩天嶺) 박세영 장마물에 파진 골짜기, 토막토막 떨어진 길을, 나는 홀로 걸어서 병풍같이 둘린 높은 산 아래로 갑니다. 해 질 낭이 멀었건만, 벌서 회색의 장막이 둘러집니다. 나의 가는 길은 조그만 산기슭에 숨어버리고, 멀리 산아래 말에선 연기만 피어오를 때, 나는 저 마천령을 넘어야 됩니다. 나는 생각합니다, 저 산을 넘다니, 산을 싸고 도는 길이 있으면, 백 리라도 돌고 싶습니다. 나는 다만 터진 북쪽을 바라보나, 길은 기어이 산 위로 뻗어 올라갔습니다. 나는 장엄한 대자연에 눌리어, 산 같은 물결에 삼켜지는 듯이, 나의 마음은 떨리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빠삐론 사람처럼, 칼을 빼어 든 무녀(巫女)처럼, 산에 절할 줄도 몰랐습니다. 나는 기어이 고개길로 발을 옮겼습니다. 불긋불긋 이따금..
2009. 10.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