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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용2

백리금파(百里金波)에서 / 김상용 백리금파(百里金波)에서 김상용(1902~ 1952) 고개를 넘어, 산허리를 돌아 내렸다. 산 밑이 바로 들, 들은 그저 논뿐의 연속이다. 두렁풀을 말끔히 깎았다. 논배미마다 수북수북 담긴 벼가 연하여 백리금파를 이루었다. 여기저기 논들을 돌아다니는 더벅머리 떼가 있다. '우여, 우여' 소리를 친다. 혹 '꽝꽝' 석유통을 두드리기도 한다. 참새들을 쫓는 것이다. 참새들은 자리를 못 붙여 한다. 우선 내 옆에 있는 더벅머리 떼가 '우여' 소리를 쳤다. 참새 떼가 와르르 날아갔다. 천 마리는 될 것 같다. 날아간 참새들은 원을 그리며 저편 논배미에 앉아 본다. 저편 애놈들은 날아 앉은 새 떼를 보았다. 깨어져라 하고 석유통을 두들긴다. 일제히, "우여!" 소리를 친다. 이 아우성을 질타할 만한 담력(膽力)이 .. 2011. 2. 22.
남(南) 으로 창(窓) 을 내겠소 / 김상용 남(南) 으로 창(窓) 을 내겠소 김상용 남(南)으로 창(窓)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시집 (문장사 1939) 흔히들 우리나라의 전원시의 백미로 손꼽는 작품이다. 김상용 시인(1902∼1951)이 1934년 지 제2호에 발표한 시이다. 소박한 전원생활을 제재로 노래한 작품으로 자연 친화적인 삶의 자세가 드러나 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 흙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길지않은 시 전반에 잘 나타나 있다. '남(南)'이 주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시적 화자의 삶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전원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삶의 태도, 훈훈한 인정, 달.. 2009. 8.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