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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홍구2

봄 / 허홍구 봄 허홍구 (1946 ~ ) 꽃망울 터지는 봄날 "선생님은 참 재밌고 젊어 보여요." 내 팔에 매달리는 꽃이 있다 스물 한 살 젊디젊은 여인 묵은 가지 겨드랑이 가렵더니 새 순 돋는다 아무래도 이번 봄에는 꽃밭에 넘어질 것 같다 꼭, 넘어질 것 같다 절정인 봄날씨에 무척 어울리는 위의 시를 직접 보내주신 활화산 허홍구 선생님(http://blog.daum.net/hhg1946)께 감사드립니다. 년전에 제가 '내가 읽은 좋은 시 100편 감상'에서 '아지매는 할매되고'라는 시를 소개한 적이 있지요. 몇 년 전 서점에서 책을 뒤지다 우연히 허홍구 시인의 시집‘내 니 마음 다 안다’를 구입했더랬습니다. 시집의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의 생각은 뭐랄까 인간 근원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기존의 시인들과는 달리 .. 2011. 5. 7.
아지매는 할매되고 / 허홍구 아지매는 할매되고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주고 잡아먹히는 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 시집 (시선사.. 2009.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