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1 바둑이와 나 / 최순우 바둑이와 나 최순우(1916~ 1984) 6·25 사변이 일어난 이듬해 3월 서울이 다시 수복되자 비행기 편에 겨우 자리 하나를 얻어 단신으로 서울에 들어온 것은 비바람이 음산한 3월 29일 저녁때였다. 기약할 수 없는 스산한 마음을 안고 서울을 떠난 지 넉 달이 됐던 것이다. 멀리 포성이 으르렁대는 칠흑 같은 서울의 한밤을 어느 낯모르는 민가에서 지샌 나는 우선 전화戰禍 속에 남겨두고 간 박물관의 피해 조사에 온 하루 동안 여념이 없었다. 부산에 보낼 첫 보고서를 군용 비행기 편으로 써 보내고 난 그 다음날 오후 비로소 나는 마음의 여유를 얻어 경복궁 뒤뜰에 남겨두고 간 나의 사택을 방문하기로 했다. 평시와 다름없이 그대로 문을 꼭 닫아두고 떠났던 나의 서재, 그리고 독마다 담아놓고 간 싱그러운 보쌈김.. 2010. 10. 2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