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희 우체국1 우체부 / 최명희 우체부 최명희(1947 ~ 1998) 그 모습은 어느 곳에서도 낯설지 않다. 플라타너스가 한들거리는 신작로, 산모퉁이를 도는 오솔길, 고층 건물이 어지럽고 자동차 소음이 날카로운 대도시 도로, 내게 편지라고는 올 리 없는 이역 먼 거리에서도 그는 반갑다. 우체부를 만나면 그가 특이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편지를 내줄 것만 같은 기대로 마음이 차오르곤 한다. 그의 음성은 항상 즐거운 긴장을 준다. 내게는 편지 보낼 곳도, 편지 올 곳도 별로 없으면서, 그의 음성이 먼 곳에서부터 들리면 공연히 가슴을 조인다. 더욱이 볕발이 투명한 가을 오후에 울타리를 넘어오는 그의 소리는 유난히 귀를 기울이게 해준다. 가까워지던 목소리가 나를 부르지 않고 그냥 지나칠 때는 그만 가슴이 텅 비어 버리고, 뛰쳐나가 그의 .. 2010. 12. 2. 이전 1 다음